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리고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녹취록 중 일부>
이번 사태는 지난 3일부터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이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폭로하면서다. 대법원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바로 부인했지만 다음 날 임 부장판사가 당시 김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김 대법원장은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했다"면서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은 "거짓말을 한 김 대법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 중이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 대법원장 출석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기도 했다.
사법부가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는 흔히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사법농단 사태는 2017년 2월 이탄희 전 판사 인사발령 취소를 계기로 촉발됐다. 이후 2018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14명 전·현직 판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양 전 대법원장도 포함됐다. 전·현직 사법부 수장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71년 사법부 역사상 처음이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당시 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 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모두 47개에 달한다.
지난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임 부장판사 역시 사법농단 당사자다.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2016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등 몇몇 재판에 개입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2019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3일자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으로 된 기사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당시 박 대통령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3월 가토 전 지국장 사건 재판장에게 해당 기사가 허위로 확인되면 판결 전이라도 기사 허위성을 밝혀달라는 법원행정처 요청을 반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를 비롯해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중 6명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2심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8명은 여전히 1심 재판 중이다.
당시 전국 법관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을 두고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결의했지만 탄핵은커녕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법부가 3년 넘게 사법농단 연루자 처벌에 소극적이고, 현직 대법원장은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법관들 신뢰는 한층 더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