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항소심 첫 재판에선 양 전 대법관 측과 검찰 측은 항소 이유서와 다음 공판 기일 등을 놓고 팽팽히 대립했다.
우선 검찰 측은 "양 전 대법관,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은 법원행정처와 공모해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들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이익을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에 대해 청와대와 모의하고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사법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꾸며 구체적인 재판 절차와 결과에도 개입했다"며 "이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 정당한 직무권한을 넘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음에도 원심은 직권남용의 법리를 오해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항소 이유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들은 검찰 측 항소 이유가 원심을 뒤집기에는 새로운 주장이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맞섰다.
우선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장기간에 걸친 원심 재판 과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1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검사는 원심 판단이 왜 부당한지, 왜 위법한지에 대해 오늘 구술뿐만 아니라 서면으로도 냈는데 별다른 주장이 없다. 원심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법관 측은 "검찰은 원심이 부화뇌동해 피고인들을 위한 재판을 진행했다, 제 식구 감싸기, 우리 대법원장님·처장님 구하기에 급급했다, 온정주의·조직이기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 등을 항소이유서에 적었다"며 "이 같은 항소 이유는 외국에선 법정 모욕죄로도 처벌도 가능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양측은 공판 기일을 두고도 팽팽히 대립했다. 검찰은 향후 항소심 재판을 하루 2시간씩 총 4번의 공판 기일을 잡아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양 전 대법관 측은 이미 1심에서도 주요 쟁점들에 대한 판단이 이뤄졌고, 고령인 피고인들 건강 상태,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하면 4번의 공판 기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잠시 휴정을 거친 뒤 양측과 합의해 오는 10월 23일과 11월 13일 양일간 하루에 각각 4시간씩 재판을 열기로 합의했다.
앞서 양 전 대법관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검찰에 기소됐다. 47개나 되는 혐의로 인해 1심 재판은 무려 290여 번이나 열렸고 지난 1월 1심 법원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