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총괄' 직책 신설, 일찌감치 '책임경영' 채비
SK네트웍스에 ‘사업총괄’이란 직책은 기존에 없던 것으로, 지난해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에 따라 새롭게 마련된 자리다. 그동안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장남에게 사업총괄이란 신설 직책을 맡긴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사실상 최 회장의 부재를 대비해 ‘책임경영’ 채비를 했다는 분석이다.
1981년 10월생으로 올해 만 39세인 최성환 총괄은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중국어학을 배운 뒤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09년 SK에 입사해 SKC 회장실 담당 임원과 SK㈜ 사업지원담당, 글로벌사업 개발실장 등을 지낸 뒤 SK㈜ BM혁신실 임원 겸 SK네트웍스 기획실장을 맡았다.
SK네트웍스 측은 “사업총괄은 산하에 둔 조직 신성장추진본부를 통해 투자관리, 인수합병(M&A) 등 분야에 관한 기능을 수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 총괄은 SK네트웍스가 매각해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형 투자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내부에서는 “최 회장의 부재 이후 최 총괄이 경영 전반에서 주도권을 갖고 실질적 역할을 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본인 역시 그런 책임론을 잘 알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친이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서 그런 부담감은 한층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SK네트웍스가 SK그룹 오너 일가 중 가장 빨리 ‘3세 경영’의 닻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상규 사장 중심 경영체제 공...'3세 보좌' 역할
물론 SK네트웍스는 박상규 대표이사 사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당분간 공고히 유지할 전망이다. 회사 측도 최 회장 구속 직후 입장문을 통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 같은 상황을 맞게 되어 당혹스럽다”면서도 “이사회 및 사장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12월 사장으로 선임된 박 사장은 한때 ‘돈 되면 다 되는 종합상사’란 SK네트웍스의 이미지를 현재의 ‘렌털 전문 사업회사’로 변모시킨 장본인이다. SK매직과 SK렌터카를 앞세워 호실적을 견인했고, 어쩡쩡한 에너지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해 현금 보유고를 두둑히 쌓아둔 상태다.
198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2011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최 회장 비서실장은 SK텔레콤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거쳐간 ‘회장 핫라인’으로 통한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최태원 사람’인 박 사장이 지근 거리에서 SK 오너 일가 맏형인 최 회장을 보필했다고 본다. 아직 30대인 최성환 총괄이 경영 수업을 착실히 마치는 과정에서 박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각종 신사업과 신성장동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해석이다. 박 사장은 당분간 최 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과 투자 등을 차분히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텔레시스, SKC 등 경영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해 유용하고, 개인 사업체에 회삿돈을 무담보로 빌려준 뒤 제대로 상환받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2018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SK네트웍스를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받고 장기 수사한 끝에 최 회장의 혐의를 포착했다. 당초 FIU가 통보한 이상 자금 규모는 200억원대였으나,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진 액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