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82) 개인전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가 17일부터 오는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 본관에서 열린다.
윤석남은 아시아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린다. 가부장적인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반기를 든 여성주의의 움직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 연작과 대형 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중앙 벽에는 김마리아(1892~1944)의 초상을 걸었다.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 널리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3·1운동을 일으키는 데 적극 가담했으며 체포 후 극심한 고문을 겪어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1944년 투병 끝에 숨을 거둘 때까지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족의식을 잃지 않았다. 1962년 그의 업적을 기리는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윤 화백은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인물이다. 두려움 없는 당당한 삶을 사신 분이다.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본관 안쪽 방을 가득 채운 설치 작품 ‘붉은 방’(2021)도 만나볼 수 있다. 종이 콜라주 850여점과 거울 70점이 전시 공간의 세 개 벽을 가득 채웠다. 붉은색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와 열망을 상징한다.
윤 화백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윤석남은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을 본 후 채색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면을 응시하는 당당한 눈빛에 매료돼 여성의 시선을 드러내는 채색화를 그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번 전시에는 강렬한 채색화를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전달한다. 윤 화백은 “채색화를 한지 10년이 됐는데 아직 첫 계단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작품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해서도 영웅들을 기억한다. 전시 개막에 맞추어 김이경 소설가가 동명의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을 출간했다. 전시 서문은 지난 20여 년간 윤석남 및 한국 여성주의 미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지속해온 김현주 추계예술대 교수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