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금융주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제약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또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석유기업 셰브론을 투자 목록에 추가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소위원회(SEC)에 주식보유현황(13F) 자료를 제출했다.
버크셔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존에 보유했던 금융주를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JP모건체이스 주식을 모두 매도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헤이븐’은 버크셔 해서웨이·아마존·JP모건체이스 등 3개사가 협력해 만든 합작사로, 최근 해체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8년 1월 직원들의 건강관리·의료비를 줄이겠다면서 헤이븐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헤이븐은 각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고, 결국 이달 문을 닫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크셔는 미국 4대 대형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주식도 7495만 주를 팔아 지분 약 58%를 줄였다. 다만 CNN은 버크셔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뱅크오브뉴욕, US뱅코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지분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크셔의 제약주 비중은 확대됐다. 야후파이낸스는 버크셔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주식은 3000만에서 3300만3000주로, 머크는 2200만4000주에서 2800만7000주로, 애브비는 21만3000주에서 2500만7000주 등으로 늘렸다며, 이들 종목은 지난해 3분기 공개됐던 종목이라고 부연했다.
버크셔는 보험중개기업인 마쉬 앤 맥레넌 컴퍼니의 주식도 4억9900만 달러어치 매수했다.
반면 애플의 주식 비중은 줄였다. 버크셔는 애플 주식을 5716만 주를 매도해 지분 약 6%를 축소했다. 하지만 버크셔는 여전히 애플 주식 8억7700만 주를 보유, 1210억 달러 수준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이다.
지난해 2월 투자 사실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던 금광기업 ‘베릭골드’ 지분도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는 5억6300만 달러를 투자해 사들인 베릭골드 주식 2100만 주를 모두 매도했다.
앞서 버크셔의 베릭골드 투자 소식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평소 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버핏 회장이 금융주를 대거 매도하고, 베릭골드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버크셔의 금융주 매도를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거라고 해석했다.
버크셔의 이번 자료 제출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버핏 회장의 ‘비밀 종목’은 버라이즌과 셰브론인 것으로 확인됐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해 말 86억 달러를 투자해 버라이즌 지분 1억4760만 주를 샀다. 이는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3%를 차지하고, 보유 주식 수 기준으로는 상위 6번째다.
버라이즌은 야후파이낸스의 모기업으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전 거래일 대비 0.03달러(0.06%) 소폭 떨어진 54.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장 마감 후 버크셔의 투자 소식에 시간 외 거래에서 1.43달러(2.64%) 급등한 55.6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버크셔의 이번 신규 투자에서 버핏 회장의 전통적인 투자 원칙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저가이면서도 배당이 탄탄하고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치 투자를 강조한다.
한편 버크셔는 오는 27일 연례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고, 더욱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