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정치학] 박영선, '박원순 시장' 나온 안국빌딩서 승리 거머쥘까

2021-02-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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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2011·2018년 안국빌딩에 캠프 차리고 '당선'

박영선, 서울시장 선호도 양자·다자 대결 모두 '1위'

경쟁자 우상호는 '명당' 여의도 대산빌딩에 터 잡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 3층에 캠프를 꾸렸다. 공교롭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선거 캠프로 쓰던 건물이다. 서울시장 '삼수'에 도전하는 박 전 장관이 안국빌딩에서 성공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의 선거 사무소는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 3층이다. 이 건물은 지난 2011년 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 사무소로 썼다. 박 전 서울시장은 당시 이곳에 선거캠프를 꾸린 뒤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무소속으로 나온 박 전 시장과의 단일화 경선에서는 패배하며 후보직을 내줬다.
박 전 장관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현직이었던 박 전 서울시장에게 경선에서 밀려 뜻을 접었다. 서울시장을 향한 두 번째 도전이었지만, 후보 되기부터 쉽지 않았다. 한편 박 전 서울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했을 때도 안국빌딩에 선거 캠프를 차리고 또다시 당선됐다.

안국빌딩은 이미 정치권에서는 '명당'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안국포럼'을 차리며 대선 전략을 세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찾는 명당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거물급 정치인들도 개인 사무실을 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프=리얼미터]


서울시장 당선을 끌어냈던 명당의 힘이 작용했을까.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늦게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박 전 장관의 지지율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다자 대결을 물론 야권 단일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도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YTN과 TBS 공동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박 전 장관(26.2%)이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19%)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야권 단일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도 박 전 장관은 선두 자리를 지켰다. 박 전 장관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 39.7%대 34%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1위 자리에 올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을 때도 박 전 장관이 40.6%로 29.7%인 우 후보는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야권 단일화 실패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민의당 후보 간 3자 대결이 벌어질 경우에도 박 전 장관에 더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박영선-나경원-안철수 후보의 가상 3자 대결에서는 박 전 장관이 37.5%로 1위를 차지했고, 나 후보(25%)와 안 후보(22.7%)가 뒤를 이었다. 박영선-나경원-오세훈 후보가 경쟁할 때도 박 전 장관이 37.7%로 선두를 차지했고, 안 후보(26.7%)와 오 후보(18.7%)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 전 장관의 안국빌딩 외에도 이미 '명당'으로 불리는 공간에 사무실을 의원이 있다.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박 전 장관과 맞붙은 우상호 의원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미니 당사'를 차린 곳이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차려졌던 빌딩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이곳에 캠프를 차렸다.

정치권에서 '명당'으로 통하는 안국빌딩과 대산빌딩에 터를 잡은 두 후보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당내 경선이다. 후보는 국민참여경선과 권리당원 득표 50%에 일반 유권자 득표 50%가 적용돼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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