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로비 혐의로 재판 중인 윤갑근 전 대구고등검찰청장(사법연수원19기, 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 사건에 법조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전 고검장이 알선·청탁을 이유로 구속기소 되면서 변호사 자문 계약 관련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윤 전 고검장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메트로폴리탄과는 합법적 자문계약을 맺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 정상적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장을 두 차례 만나 "라임 펀드 재판매 불가는 우리은행에 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이는 라임 투자금이 회수될 위기에 처한 메트로폴리탄을 위한 대화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2010년 론스타 판례를 방패로 내세웠다. 대법원은 당시 "접대나 향응, 뇌물 제공이 없는 한 변호사가 위임 취지에 따라 수행하는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로비는 곧 뇌물·향응이라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특가법상과 변호사법 등에선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대한 알선·청탁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를 처벌한다.
현행법상 합법적 로비 활동은 변호사만 가능하다. 법률문제와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이나 법무법인(로펌)과 자문 계약을 형식을 빌려 사실상 로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향력 있는 몇몇 로펌은 변호사뿐 아니라 전직 고위관리까지 영입해 정책 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윤 변호사 구속기소 소식은 충격이었다"며 "변호사는 합법적으로 돈을 받고 청탁·알선을 할 수 있어 사실상 로비 활동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이제는 솔직히 불법과 합법 경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사건 전모를 알 수는 없지만 자문료를 받은 뒤 자문보다는 우리은행장과 펀드 재판매 대화를 한 게 많은 비중을 차지해 문제가 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합법과 불법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자문을 했다는 근거 자료를 충분히 제시했다면 검찰이 기소를 했을까 싶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기존 로비 활동을 재점검하기도 한다.
한 변호사는 "정책·입법 등과 관련해 논리를 개발하고 담당자에게 설명하는 것도 자문 업무 일종으로 생각했는데 윤갑근 사건을 보고 놀라 업무 절차와 방식을 점검했다"며 "앞으로는 직접 담당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이 담당자를 만날 때 필요한 논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