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애플의 자율주행차 ‘아이카(i-car)’가 자동차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애플차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애플의 전기차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카’도 정식 명칭이 아니다. 애플은 자사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부르고 있다.
애플과 협력설이 나돌던 현대차그룹은 8일 시가총액 9조원 증발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전기차의 강자인 테슬라에도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7일(이하 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합작이 거론되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아이카가 향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애플이 그동안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트리밍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기존 기업들이 소비자 인터페이스 구축 압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이 이른바 ‘애플 왕국’이라는 생태계로 관련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자동차 산업도 애플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애플은 이미 아이폰 디스플레이의 대부분을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화면에 미러링하는 소프트웨어(OS)인 애플 카플레이를 개발했다. 또 이를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백만대의 자동차에 설치했다고 CNBC는 설명했다.
애플의 자동차 및 스마트 모빌리티 부문 부사장인 마이클 램지는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나머지 (자동차) 업체에 소비자 경험을 향상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며 “애플 생태계는 모든 자동차 업계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며 “애플 생태계는 모든 애플카에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생산하는 스마트폰 ‘아이폰’ 등이 자동차에 구현될 수 있다는 의미로, 자동차가 하나의 거대 아이폰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시장은 애플이 기존 생태계와 연결되는 OS를 자동차에 탑재하게 되면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만의 강력하고 폐쇄적인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자동차 산업에서도 ‘애플 왕국’이 형성된다면 이는 애플보다 생태계 구축이 취약한 테슬라 등 기존 자동차 업체에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램지 부사장은 구글을 전기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애플을 상대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았다.
스테파니 브린니 IHS마켓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협력설을 언급하며 “(이들의) 자율주행차 생산 계약이 임박했다는 것은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동차가 스마트폰 등 일반 가전제품보다 긴 생산 주기와 엄격한 안전규제, 적은 수익 폭 등의 특징이 있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브린니 분석가는 “애플이 이 분야(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매우 복잡한 산업으로, 애플이라고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과거 투자 행보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컨설팅업체 내비켄트의 샘 아부엘사미드 자동차 전문 분석가는 “애플은 그동안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곳에만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투자 자본 대비) 이익이 박한 사업”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시를 통해 애플과 전기차 협력 논의가 없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대차 주가는 6.21%가 추락했고, 기아차는 14.98%가 폭락하며 지난 5일 대비 시가총액이 9조3000억원이 증발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종목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CNBC는 일본 투자은행 다이와캐피털마켓의 정성엽 자동차 부문 지역책임자를 인용해 이들의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성엽 책임자는 “양측이 나중에 다시 협상을 타결할 수도 있다. 현대는 이날 공시에서 다수의 회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며 “이게 끝은 아니라고 본다. 잠정적인 협상 중단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