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난' 박철완, 주주권 선전포고···금호석화 혈전 예고

2021-02-0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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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 겨냥 '배당확대'로 우군 확보···사외이사 진입

최대주주 명분···이사 선임·배당확대 요구하며 선전포고

처가 등 우호세력 결탁 관측···2대 주주 국민연금 향방 변수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조기 봉합에 실패했다. 지난달 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는 개인 최대주주로서 독자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선전포고를 마쳤다. 

이후 박 상무는 박 회장보다 많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10%)을 명분으로 한 주주제안과 함께 분쟁을 본격화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기에 분쟁 종결을 기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사태는 장기화·본격화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3월 주주총회에 앞서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안건으로 상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그의 제안에 법적 하자가 없는 이상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결국 박 상무의 제안이 주주총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고, 승패가 나뉘는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재계에서는 현재 상황이 박 상무가 짜놓은 '승리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동시에 박 상무가 제기한 주주제안의 이사 교체와 배당 확대가 그의 승리 시나리오 골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안팎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번 경영권 분쟁은 순간적인 충돌보다는 오랫동안 물밑에서 계획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회장과 박 상무 사이의 누적된 갈등 혹은 엇갈림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둘이 동행을 시작한 2010년부터 분쟁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박 상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난 상황에서 채권단에 "박 회장이 독단적으로 회사(금호석유화학 등)를 경영하고 있다"고 항의서한을 보냈다. 사건 자체는 해프닝에 그쳤으나, 박 상무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2019년에도 갈등이 표면화될 위기를 겪었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박 상무는 박 회장의 연임안에 찬성하지 않고 기권했다. 10%의 지분을 보유한 박 상무의 기권으로 박 회장은 우호 지분을 끌어모으는 데 고생해야 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박 회장이 배임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며 연임에 반대했기에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결국 박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으나, 둘의 관계가 순탄치 않다는 점이 다시 부각됐다. 

때때로 수면 위로 부각될 만큼 순탄치 않았던 숙질(叔姪)의 갈등 관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불거졌다. 재계에서는 올해 본격 도입된 이른바 '3%룰'의 시행이 박 상무에게 경영권 장악의 기회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박 상무는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외이사 4인의 임기가 곧 만료되는데, 이 중 2명은 감사위원이기도 하다. 

기존 경영진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조건이 까다롭다. 때문에 박 상무는 사외이사를 기반으로 자신의 우군을 이사회에 진입시켜 서서히 경영권을 확대하려는 구상을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랫동안 회사를 경영한 박 회장에 비해 회사 내부의 기반이 약한 박 상무에게 있어 사외이사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자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부터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에 대주주와의 표 대결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박찬구 회장 6.69%, 아들 박준경 전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98%, 문동준 사장 등 임원 0.03% 등으로 총 14.87%로 집계된다. 

반면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는 10%를 들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8.16%, IS동서 3~4%(추정), 자사주 18.35%,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 45%로 파악된다. 이 중 중견 건설기업 IS동서는 박 상무와 결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3%룰을 적용하면 박 회장과 박 전무, 박 상무, 국민연금은 각각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의 우호지분을 합쳐보면 10.61%, 박 상무와 IS동서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합은 7.8~8.8% 수준으로 파악된다. 

박 회장이 앞서고는 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박 상무가 국민연금을 자기편으로 끌어온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주주총회 당시 박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만약 국민연금이 유사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 박 상무의 우호 지분은 박 회장 측을 웃돌게 된다. 

박 상무가 자금력이 풍부한 누나들과 처가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첫째 매형은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차남인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이다. 둘째와 셋째 매형은 각각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스 대표다. 처가는 GS그룹 방계인 코스모그룹이다. 이들이 3%를 넘지 않는 지분을 매입해 박 상무를 지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이사 교체가 박 상무에게 있어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면, 배당 확대는 이를 위한 징검다리로 분석할 수 있다. 이사 교체 등으로 주주총회 표 대결에 나서야 하는 박 상무 입장에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에서다. 

이는 박 회장 측에게 지금까지의 구도를 일거에 뒤집을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18.35%나 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이를 '백기사'에 매각해 우호 지분으로 삼을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되면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백기사와도 경영권 분쟁을 겪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재계에서는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박 상무가 승기를 잡았을 경우 사외이사 교체보다 더욱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만한 안건을 가지고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때문에 주주총회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과 그에 따른 주가 변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말 공식입장문을 통해 주주들에게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코로나19의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판단된다"며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면서 단기적인 주가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시도하는 불온한 세력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기를 우선 주주들에게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3%룰이 활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며 "당장은 박 회장이 유리해보이지만 박 상무가 물밑에서 얼마만큼 준비했는지에 따라서 승패의 결과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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