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음성 SNS ‘클럽하우스’…태풍이 온다, 왔다

2021-02-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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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聽覺)은 의식적으로 듣고(listen) 주변의 소리를 들리는 대로 그냥 듣는(hear) 걸 다 포괄한다.

사람의 감각기관이 퇴화하는 순서를 놓고 보면 시각이 가장 먼저고 청각은 가장 나중이다. 노인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가보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듣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본다. 눈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이 TV 드라마를 귀로 듣는다. 보청기를 끼고 라디오를 열심히 듣는 이들도 꽤 많다. 사지마비 등 중환자라도 소리에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듣는 행위와 감각은 사람이 가장 마지막까지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안타깝지만 위대한 상징이 아닐까.

요즘 ‘클럽하우스’라는 청각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화제다.

올해 들어 마치 태풍과도 같이 전 세계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원산지 미국은 물론 일본, 유럽 등 상륙하는 곳마다 선풍적인 바람몰이 중이다. 한국에는 아직 정식 출시도 되지 않았는데 요 며칠 가장 큰 IT 이슈다.

사실 클럽 하우스(club house)는 골프 용어다. 주로 골프장(골프 클럽)의 메인 건물을 말한다. 골프 라운딩 전후 옷을 갈아입는 라커룸, 대형 식당 등이 있는 곳이다. 골프 말고도 다른 프로 스포츠팀의 전용 공간을 클럽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플레이어, 코치진, 스태프가 함께 모여 얘기하는 곳이다.
 

[클럽하우스 어플. 사진=앱스토어 캡처]


SNS 어플 ‘클럽하우스’는 플레이어가 전세계 유명인들과 일반 네티즌이고 공간이 온라인이라는 점이 골프의 그것과 다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틱톡 등 초대형 SNS와도 사뭇 다르다.

간단히 말해 클럽하우스는 음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는 SNS다. 유명 인사(셀럽)들이 트위터를 통해 글로 소통했다면, 이제는 클럽하우스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말로 한다. 유명 셀럽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대화방에서 말로 채팅한다. 새롭고 다양한 기능, 기존에 있던 SNS와 차별화된 방식이다.

즉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은 글과 이미지·동영상을 올리고 온라인 친구들이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거나 댓글을 쓰고 해당 글을 공유하며 소셜네트워크를 맺고 유지한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오직 음성으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방을 만들고 친구들을 초대하면 끝이다. 또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공개 대화방을 만들 수도 있다. 대중에게 공개하면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다. 단 질문, 대화 참여 등은 방장이 컨트롤한다.
 

[클럽하우스 대화방 사진=앱스토어 캡처]


이는 오디오 컨텐츠의 대명사인 팟캐스트와도 다르다. '팟빵' 같은 팟캐스트 플랫폼은 일방적으로 강연·방송 등을 전달하지, 실시간 소통하는 방식은 아니다.

사실 클럽하우스는 작년 3월 미국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알파 익스플로레이션(Alpha Exploration)이라는 스타트업이 출시했다. 출시 초기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하다가 최근 들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실리콘 밸리 거물들이 속속 이용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원숭이 두뇌에 칩을 심어 게임을 하게 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힌 온라인 공간도 클럽하우스였다.

미국 출시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개발자들이 주로 이용하다보니 먼저 전세계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한국의 경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슬아 마켓컬리,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쟁쟁한 창업자들이 속속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IT 전문가인 임정욱 티비티 공동대표(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는 3일 페이스북에 체험기를 올렸다. 그는 “클럽하우스는 오디오판 트위터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수많은 오디오 대화방들이 열리고 들어가서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3~6명의 스피커가 대화를 나누고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청중들이 모여서 그 내용을 듣는다. 마치 컨퍼런스에서 유명인들의 패널토론을 듣는 느낌이다…”라고 적었다.

임 대표는 “클럽하우스가 일본과 유럽도 정복한 모양새”라며 “(현재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삼성 갤럭시 등에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버전이 곧 출시되면 인기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의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IT 저술활동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정지훈 EM.Works(이엠 웤스) CEO는 지난 2일 더 구체적인 체험기를 내놓았다. 그가 분석한 오디오 SNS, 귀로 듣는 컨텐츠 얘기는 평소 필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음성 미디어의 최대 장점은 특별한 준비도 필요없고, 가장 중요한 시각과 우리 뇌의 attention(어텐션·주의)을 완전히 빼앗아가지 않기 때문에 음악 틀어놓고 일하듯이, 나의 일상 루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이 점이 부각되어 작업을 하거나, 자기 전에, 운동하면서, 밥 먹으면서 등등 다양한 상황에 부담없이 접근이 가능”이라고 썼다.

정지훈 대표에 따르면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방이 많지만 한국어 방을 개설했더니 미국과 일본에서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다. “한국어 방을 만들었음에도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몇 사람씩 참석을 함. 이들에게 스피커 권한을 주어 소개를 하라고 하면 서툰 한국어로 소개하고, 한국말 잘 못하고 미안하다고 하며 듣고 있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음.”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길 학수고대한다. 직접 사용해보고 2탄을 올릴 계획이다. 초대를 받는 게 우선 과제다. 뉴스와 칼럼, 아주3D를 말하고 듣는 클럽하우스를 여는 건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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