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쿠데타에 뿔난 미얀마 시민, 왜 '냄비' 들고 거리로 나왔나

2021-02-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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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선언 후 첫 시민 불복종 운동

양곤 시내로 나온 시민들 "아웅산 수치 석방하라"

NLD 대변인 "쿠데타 저주, 우리가 가난한 이유다"

2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시민들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북을 치며 악마를 물리친다'는 미얀마 문화에 맞춰 냄비 등을 들고 나와 각종 소음을 내는 방법으로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선언 이틀째인 2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양곤(Yangon)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 수십명의 시민은 이날 저녁 미얀마 군부 세력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동차 경적과 냄비,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통신 인터뷰에서 “미얀마 문화에서 북을 치는 것은 악마를 쫓아내는 것과 같다”며 불복종 운동을 설명하면서도 군부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익명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통신은 이날 시위에 대해 “미얀마 군부 쿠데타 공식 선언으로 이뤄지는 첫 공개 저항”이라며 애초 단 몇 분간 진행될 예정이던 시위가 양곤의 여러 지역에서 15분 이상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군부에 의해 구금된 수치 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미얀마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끄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지난 1일 쿠데타로 구금된 이후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에 나서 달라는 내용이 담긴 사전 성명을 내놨다. 이번 시위는 수치 고문의 사전 성명에 대한 NLD 지지자들의 호응인 셈이다.

윈 테인 NLD 대변인은 이날 수도 네피도 NLD 당사에서 한 연설에서 “쿠데타의 저주는 우리나라(미얀마)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가난하게 남아있는 이유”라며 시민들의 항의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불복종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양곤 청년 네트워크’, ‘세대 물결(Generation Wave)’ 등 미얀마 민주주의 단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쿠데타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 ‘시민 불복종’을 선언하자고 촉구했고, 10만명 이상이 응답했다.
 

2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시민들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북을 치며 악마를 물리친다'는 미얀마 문화에 맞춰 냄비 등을 들고 나와 각종 소음을 내는 방법으로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사진=AFP·연합뉴스]


정부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들도 3일 파업에 돌입해 반(反) 군부 운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한 의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독재자와 선출되지 않은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들이 언제든 우리를 체포할 수 있지만 맞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사들은 방호복 등에 ‘독재 정부는 실패해야 한다’는 글귀를 적거나 검은 리본을 달며 저항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번 쿠데타 사태에 대해 “민주적 개혁에 대한 논의가 10년 이상 이어짐에도 미얀마 군부가 여전히 미얀마의 통치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강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 불복종 움직임을 겨냥해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부는 앞서 쿠데타 선언 후 문민정부 장·차관을 대거 교체하고, 공항과 도로 폐쇄 등으로 국경을 차단했다.

이와 관련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 긴급공지를 통해 “미얀마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현재 양곤국제공항 등 미얀마 내 모든 공항이 폐쇄된 상황”이라며 “오는 4월 30일까지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기 운항이 잠정 중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대사관은 재외국민의 귀국 수요에 대비하고, 기업인들의 원활한 비즈니스 활동 지원 등을 위해 기존 대한항공 및 미얀마국제항공(MAI)이 운용하던 구호용 항공기(Relief Flight)의 운항 재개를 미얀마 관계 부처에 적극 요청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미얀마 사태를 쿠데타로 공식 규정하고, 미얀마에 대한 대외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상 쿠데타로 규정되면 쿠데타가 발생한 국가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자동으로 제한된다.

다만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로힝야족 등 인도적 지원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군부 지도자와 그들과 연결된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2년 이후 폭력 퇴치, 민주주의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약 15억 달러(약 1조6687억원)를 미얀마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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