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마무리 투수'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에서도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전임 장관들이 추진했던 권력기관 개혁을 자신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1년간 이어진 대립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개혁 막 첫걸음…검찰조직 개편해야"
박 장관은 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 명령인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막 검찰개혁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진단하며 "개혁과제를 더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을 위해 검찰은 수사권 개혁법령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위법한 수사를 통제할 사법통제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에 검찰조직도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변화는 스스로 주체가 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과 상호협력해 국민 인권보호는 물론 각종 범죄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는 견제·균형 관계 속에 유기적으로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검찰개혁과 함께 '공존의 정의' 확립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가 매번 강조해온 공존의 정의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를 뜻한다.
실천을 위한 과제로는 인권보호와 적법절차를 내세웠다. 그는 "역지사지 자세로 인권친화적인 법 집행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낡은 관념과 작별해 올바른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첫 과제는 검찰인사···"윤 총장과 논의할것"
특히 박 장관은 '소통'을 또 다른 실천 과제로 제시하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난 것을 공개했다. 그는 "첫 업무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시작한 것처럼 법에 호소하는 국민을 직접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시 송파구 동부구치소 방문을 시작으로 장관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어 취임식 직전 윤 총장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윤 총장과 조금 전에 직접 만났다"면서 "법무·검찰 구성원들과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 간 극한 대립을 끝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총장은 취임식을 앞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법무부 청사를 찾아 10여분 간 대화를 나눴다. 박 장관이 취임사에서 검찰조직 개편을 예고했고, 이달 초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있지만 관련 논의는 없었다. 윤 총장은 대화를 끝내고 나오면서 "서로 덕담만 나눴다"고 했다. 법무부도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듣는 자리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취임식 이후 검찰 간부 인사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엔 윤 총장을 다시 만나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1년 넘게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도 끝날 수 있다.
전임 추미애 장관은 지난해 1월 2일 취임 뒤 6일 만에 검찰 간부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관련 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윤 총장을 법무부로 호출했으나 총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본격화했다.
박 장관이 취임 전부터 검찰 협조를 강조했고, 윤 총장과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점도 관계 개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박 장관은 지난달 29일에도 "검찰총장이 엄연히 현존하고 법상 검사 인사 때는 총장 의견을 듣게 돼 있다"며 "법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