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여우가 포도밭에 들어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포도송이를 향해 뛰었다. 마침내 여우는 포도를 따는 데 성공했고, 지켜보던 많은 동물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여우가 포도를 먹어보니 심하게 신맛이었다. 그런데 여우는 포도가 시다고 불평한 것이 아니라 "정말 이렇게 달고 맛있는 포도가 있다니! 오, 정말 달고 맛있구나"라고 감탄하면서 시어서 먹기 힘든 포도를 계속 따먹었다. 그리고 위궤양에 걸려 죽었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를 독일의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가 현대판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뜬금없이 신 포도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공공(公共)으로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 언급한 '특단의 공급대책'이 내달 초 발표되지만 시장의 관심은 시들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공' 공급이 아니라 '민간' 공급 활성화 방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하소연한다. 뜀박질하는 집값을 잡으려면 지금이라도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한다. 신 포도를 먹은 여우의 말로를 되새겨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