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 업무보고 등을 통해 올해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을 꼽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등 외교·안보 실무진의 두 축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맞춰 교체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두 사람을 바꿀 만큼 새로운 한·미 관계 설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신호로 읽혔다.
일단 오는 6월 영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확정된 상태다.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최근 ‘대면 회담’ 형식의 G7 정상회의 개최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인도, 유럽연합(EU)을 게스트로 공식 초청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10개국이 모여서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회담보다 별도의 한·미 정상회담이 절실하다. 일단 시간도 촉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은 밝히는 등 직접 대면을 해야 될 필요성이 커졌다.
시기는 4월 정도가 될 전망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전례를 봤을 때 취임 이후 2~3개월 내에 통상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사에 달렸지만, 양국 정상회담은 4월 7일 서울과 부산 재·보궐 선거 전·후가 될 것”이라면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재·보선 이후에 할지, 선거 전 카드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변곡점은 이르면 이번 주로 예상되는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2일 당선인 신분의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했었다.
일가에서는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방식의 정상회담 대신에 화상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제 임기를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빡빡한 스케줄과 78세의 고령으로 감염 우려 등 건강 문제도 변수로 꼽힌다.
2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일본도 화상회의 방식으로 무게 추가 기울고 있다.
화상형식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일정 조정 측면에서 유리하다. 4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 ‘기약 없는 대면이 낫냐’, ‘빠른 비대면 회담이 낫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양국 정상이 만나야 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