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어젠다 주간에 참석해 다시 한 번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외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협력과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5일 열린 다보스 어젠다 주간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25분 간 연설에서 '다자주의'를 10여 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세계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할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다자주의를 위해) 세계가 경제정책 협력을 강화하고 무역, 투자, 기술 교류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제 산업공급망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결보다 상호 존중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천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전염병의 국제적인 대응 노력에 계속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특히 백신 연구 개발, 생산, 유통에서 협력을 강화해 진정한 공공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150여 개 국가와 13개 국제기구에 방역 지원을 하고 36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한 것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7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참했는데, 그가 물러나자 마자 모습을 나타낸 셈이다.
특히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2.3%를 달성하는 등 경제 정상화에 성공하면서 그의 어깨에 한층 힘이 들어간 모양새다. 실제 시 주석은 최근 베이징 국가행정학원에서 열린 장관급 영도간부 학습토론회에서 "세계가 지난 한 세기동안 볼 수 없었던 심오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시대와 상황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은 일반적으로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정상들이 모이는 사전 회의를 거쳐 본 회의는 싱가포르에서 오는 5월 직접 대면 방식으로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10여개국 정상들도 참석해 팬데믹 공동 대처를 논의한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바이든 정부의 기후 특사인 존 케리 전 국무장관과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전염병 권위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