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화단 대표하는 여성작가 박래현 회고 순회전

2021-01-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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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6일부터 ‘박래현, 삼중통역자’展 개최

회화·판화·태피스트리 등 작품 총 104점·자료 18점 공개

기창이 그린 박래현의 이색적인 초상화 ‘화가 난 우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박래현을 재조명하는 회고 순회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윤범모)은 25일 “20세기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미술가 우향 박래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조명한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시를 덕수궁에서 종료하고, 오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순회한다”고 전했다.
청주는 박래현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박래현의 삶과 예술이 영원한 잠에 든 장소이기 때문이다. 평생 삶과 예술의 여정을 함께 했던 운보 김기창은 박래현과 사별 후에 어머니의 고향인 청주로 내려가 ‘운보의 집’을 짓고 박래현과의 추억을 기리며 여생을 보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근대미술 전시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순회전이지만 청주에서만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도 있다. 김기창이 그린 박래현의 이색적인 초상화 ‘화가 난 우향’(1960년대)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유명 화가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 그리고 예술가로서 어느 것도 털어내기 어려웠던 박래현의 삼중의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집안일을 마친 밤 시간에야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박래현을 김기창은‘부엉이’라고 불렀는데, 늘 깨어있었고, 고단했고, 무척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박래현에 대한 그의 예리하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순회전은 덕수궁과 동일하게 1부 한국화의 ‘현대’, 2부 여성과 ‘생활’, 3부 세계 여행과 ‘추상’, 4부 판화와 ‘기술’로 구성되며, 청주의 전시공간에 맞추어 압축적으로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박래현의 일생과 예술을 담은 영상을 먼저 접하고, 이후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여 그의 작품 활동 및 생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시장 곳곳에 비치된 기고문(수필) 한글 복제본과 문구를 병치시켜 마치 태피스트리의 들실과 날실처럼 엮이고 짜내려가며 박래현의 삶과 예술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했다.

한편, 전시 기간 중에 2층 쉼터 ‘틈’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인 ‘태피스트리 제작 워크숍’이 진행된다. 일상의 오브제(재료·사물)와 실을 활용했던 박래현 태피스트리 작품과 연계하여, ‘관람객 상설 체험 워크숍’과 청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선희 작가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을 기획했다.

헌 옷을 잘라서 편물 재료로 사용하고 실·가죽끈·비닐·철사 등 다양한 일상의 사물을 활용하여 관람객이 직접 태피스트리와 대형 직조 벽면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8미터 너비의 대형 위빙 월(직조 벽면)을 직접 채워나가게 되며, 상시 전시장 내 별도 비치한 사용법 안내 영상을 통해 직조 과정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주변의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표현함으로써 삶과 예술의 균형을 이루었던 박래현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워크샵은 코로나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청주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을 비롯해 지역작가 및 청주시민들과의 호흡을 보다 강화했다”며, “박래현과 김기창의 삶과 예술이 잠든 청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박래현 예술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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