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행불인 첫 무죄...法 "저승에선 좌·우 따지지 않고 편하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제주지방법원[사진=제주지방법원 제공]

제주 4·3으로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행불인)들이 재심에서 첫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국방경비법 위반 등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행방불명된 희생자 고(故) 김경행 할아버지 등 10명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제주 4·3으로 생존수형인이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는 있지만, 행방불명 수형인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아낸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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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정식 재판 전 검찰 측과 변호인 측에 의견서를 받아, 이날 재판은 절차 종결과 선고가 동시에 진행됐다.

검찰은 행불인들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이 재판으로 피고인들 명예가 회복되고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절차를 끝내고 행불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유족들이 굴레를 벗고 나아가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오른쪽, 왼쪽 따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6월 4·3 수형인명부에 등록된 2530명 가운데 행불인 유족 349명은 재심을 청구했다. 대상자들은 1948~1949년 적법한 절차 없이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에서 숨지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날 행불인 10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나머지 청구는 재심 개시 여부를 법원이 판단 하고 있다.

이번에 무죄를 선고받은 행불인들은 고 오형률·김경행·서용호·김원갑·이학수·양두창·전종식·문희직·진창효·이기하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