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전쟁 불용·상호 간 안전보장·공동번영’ 3대 원칙에 따라 정세 변화 요인을 능동적으로 활용한 남북 관계 국면전환을 올해 업무 추진 방향으로 잡았다고 21일 밝혔다. 또 남북 관계 개선 시까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통일·대북정책 기반 강화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새해 첫 국가안보회의(NSC) 겸 외교·통일·국방부 외교안보 부처합동 업무보고에 참석해 지난 4년간 통일부 정책 추진 성과와 올해 업무 추진 방향에 대해 보고했다.
이 장관은 “한반도 상생과 평화의 길, 비핵화·평화체제를 향해 한 발 더 나가겠다”며 올해 핵심 추진과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추진을 통한 비핵화·평화체제 진전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추진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DMZ(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추진 및 접경지역 평화 증진 △남북관계 제도화 및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기반 마련 등을 제시했다.
대북제재 장기화, 북한의 일방적인 거부 등 악재가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통일부는 남북 당국 간 통신선 등 연락 채널 복원, 남북회담 개최와 남북합의 이행 등을 통해 비핵화·평화체제를 진전시키겠다고 했다. 특히 기존 통신선 복원과 함께 ‘서울-평양 상주대표부’ 설치를 최종 목표로 발전적 연락협의기구 설치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간 연락 채널은 남북 간 합의이자 소통의 수단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지속성과 안정성이 더욱더 보장될 수 있는 연락·협의 기구를 만들고자 하며, 그 최종적 목표가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라고 설명했다.
또 외교부와 협력으로 한·미 간 조율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국방부와의 협업으로 남북군사회담 개최 및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을 모색해 9·19 군사 분야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추진을 위한 남북 인도적 협력 추진도 계속되고, 인도적 협력 확대를 위한 보건·방역·환경협력과 쌀·비료 등 민생 협력도 검토한다.
북한은 최근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남북 인도적 협력을 ‘비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인도적 협력이 남북 주민 모두를 위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가능한 부분부터 협력을 추진하고, 코로나19 방역안전 협력 상황을 보면서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방역, 산림·하천관리 등 환경협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북제재 등 현실적 여건을 극복하는 창의적 해법 모색을 통해 사회문화, 관광,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남북교류협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유지한다.
경제협력은 이 장관이 내세운 주류·생수·가공식품 등 비(非)제재 물품 대상 남북 간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반입 품목 및 운송경로도 다양화한다. 민간 등 북한 개별 방문은 개성·금강산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한 뒤 평양 등 내륙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한 ‘북한방문지원센터’ 등 24시간 현장지원시스템도 구축한다.
북한방문지원센터는 남북교류협력지원 협회 내 구성을 추진 중이다. 당국자는 “지난해 2월 20일 기존 협회 조직 및 인력을 활용해 북한방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며 향후 예산이 확보되면 정식 개소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센터의 주요 업무는 △북한방문 안내 및 단체별 일정 조율 △방북 관련 행정지원 △상황관리 등으로 북한 개별 방문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남북교류협력의 대표사업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대응도 이어간다. 금강산관광은 북측의 자체 개발 계획에 대응해 남북 협력적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은 중단 5년 상황에서 전문가·여론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 실효적 재개 방안을 모색하고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에도 노력한다.
통일부는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 남북 관계 제도화와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 기반 마련도 올해 업무 계획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 방북 승인 거부 사유 구체화, 협력사업 중단결정 절차 및 경영정상화 지원 근거 마련, 우수 교역업체 인증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 이달 말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당국자는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의원 발의 개정안과 함께 논의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지난해 개정안이 국회에서 원활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으로 추가 개정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대내외 추진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 신(新)정부를 비롯해 주요국 등과 다양한 채널로 소통을 강화해 한반도 평화에 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또 “북한자료·남북회담 사료 공개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더욱 신뢰성 있는 북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국내외 협력을 통한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을 증진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