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전체 111개 주식형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조836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개미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12조4707억원·코스닥 1조5418억원)에서 14조125억원을 사들인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특히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함께 움직이는 인덱스펀드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담는 액티브펀드 유출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전체 560개 액티브주식펀드에서 1조466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고, 인덱스펀드(383개)에서 유출된 돈은 370억원에 그쳤다.
직접투자 열풍에 펀드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주식펀드는 주식시장이 급락하면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곤 했다"며 "그러나 지난해는 예전과 같은 투자 패턴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직접투자가 활성화 되면서 간접 투자는 펀드로만 가능한 상품 위주로 투자가 행해졌다"고 했다.
그래도 국내 주식펀드 성과가 나쁘지만은 않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평균 7.40%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레버리지·인버스 제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덱스자동차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26.86%에 이르는 수익을 냈다. 액티브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키움자산운용의 키움차세대모빌리티증권자투자신탁도 수익률이 17.53%에 달했다.
펀드 활성화를 위해선 판매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최근 연구 결과들이 판매사와 고객 간 이해상충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객의 투자 성과가 저하됐음 지적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판매사들의 유인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판매사가 펀드 판매에 따른 대가를 해당 펀드로부터 받는 것을 금지하고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도록하는 방식의 구조 개편이 대안으로 꼽힌다. 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판매사 주된 수익원은 펀드로부터 받는 판매보수인데 이러한 경우 판매사들이 자사 이익 증대를 위해 판매보수율이 높은 펀드를 판매할 유인이 크다"며 "그러나 고객과의 계약에 의해 받게 되면 이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판매사와 고객 간 이해상충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뿐 아니라 판매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저비용상품에 대한 고객 접근성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