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문소리·김선영·장윤주 '세자매', 멀지 않은 가족 이야기

2021-01-18 19:38
  • 글자크기 설정

영화 '세자매' 주연 배우들[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언젠가 한 번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또 해 본 적이 있다. 누구나 비슷한 사건과 문제를 앓으며 그것을 이겨내려 애쓴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영화 '세자매' 역시 마찬가지다. 겪었거나, 목격했거나, 들었거나. 멀지 않은 우리 가족들의 문제들이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의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영관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영화는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세 자매가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미안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소심한 첫째 희숙, 매사 완벽하고 싶은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자유분방한 막내 미옥은 각각 실타래처럼 엉킨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삶은 어디서부터 엉켜있던 걸까. 세자매는 그간 입밖으로 내지 못했던 문제들을 직면하고 엉켜있는 매듭을 풀지 못해 결국 폭발한다.

이승원 감독은 "가족 문제가 가장 기초가 되는 이야기"라고 '세자매'를 소개했다.

그는 "가정 폭력이나 외도가 따지고 보면 굉장히 단순한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영화 등을 통해서 큰 깊이나 생각을 하지 않고 너무 많이 쉽게 소모된 것 같다.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단순할 것 같지 않지만, 누구나 공감하며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배우 문소리, 김선영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그는 "처음엔 막연하게 생각하는 문소리의 이미지, 김선영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썼지만, 영화가 시작하면서는 인물에 맞게 고쳐나갔다"라고 거들었다. 막내 미옥 역에 장윤주가 캐스팅된 뒤에도 그에게 맞는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수정 작업을 거쳤다고.

배우 문소리는 극 중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을 연기했다. 어릴 적 겪은 상처를 외면하고 지워버리려 애쓰는 인물. 그는 종교 활동에 온 힘을 쏟고 어릴 적 상처를 외면하려고 한다.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마음도 외면에서부터 비롯됐다.

문소리는 "교회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교회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몇 달간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개인적으로 남동생이 하나 있고 자매가 없는 데다가 교회도 다녀본 적이 없어서 캐릭터랑 어쩌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저 같은 부분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감추고 싶다고 할까.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캐릭터와 실랑이를 많이 했다. 끝내는 깊이 들어가서 나오기 힘들 정도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배울 것도 많고, 마음으로는 다가가기 어려웠다. 꽤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캐릭터"라고 털어놓았다.

'세자매'에 관한 문소리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세자매'의 주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문소리는 "처음엔 캐스팅 제의를 받았고, 초반 단계라서 여러 논의를 같이했다"라며 "이 작품이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고, 잘 만들기 위한 고민을 같이 나눴다. 감독님과 PD님이 같이 프로듀싱을 하자고 제안을 해줬다. 혹시 (내가) 쓰일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님에게 영화를 처음 배울 때부터 '배우라고 해서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 거다'라고 배웠다. 이 작품에 관해 의논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과정이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세자매' 이승원 감독과 배우들[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배우 김선영은 첫째 희숙 역을 맡았다. 소심한 성격을 가진 희숙은 늘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며 안 괜찮아도 괜찮은 척 웃는 얼굴을 하는 인물이다.

김선영은 "감정 소모가 큰 장면이 많았지만 재밌게 촬영했다"라며 "생활 연기를 위해 '이 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있고 신발을 신고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캐릭터 몰입을 위한 과정을 밝혔다.

실제 부부인 김선영과 이승원 감독은 가족이기도 하지만 오래 호흡을 맞춰 온 동료기도 하다.

김선영은 "이승원 감독의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승원 감독님이 영화를 할 때마다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며 "이 감독과는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 지가 꽤 오래돼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안다. 제가 대한민국에서 1등으로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촬영할 때 편하고, 누구 앞에서보다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장윤주는 막내 미옥 역을 맡았다. 작가인 미옥은 슬럼프에 빠져 매일 술독에 빠져 있다. 거침없는 말고 행동으로 남편과 의붓아들 그리고 언니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장윤주는 '세자매'가 운명 같았다며 미옥 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실제로 세자매의 막내인데, 제목도 세자매고, 저에게 들어온 배역도 세자매의 막내였던 게 우연의 일치처럼, 운명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 있었다. '베테랑' 이후에 들어오는 작품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세자매'는 고민했던 부분이 즐거운 생각들로 바뀌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밝혔듯 영화는 '세자매'를 둘러싼 가족들의 문제를 다룬다. 가정 폭력, 외도 등으로 아이들의 삶은 무너졌고 이후의 삶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영화 말미 등장하는 희숙, 미연, 미옥의 남동생은 이들이 외면하고자 했던 과거다.

이 감독은 "가장 마지막에 드러나는 남동생의 모습이 결국 이들 이야기"라며 "세자매 삶의 모습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고 마지막에 남동생이 나오지 않나. 남동생까지 합쳐졌을 때의 이야기가 정확히 부각되기 위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세자매'는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로 부산국제영화제와 홍콩 국제영화제를 사로잡은 이승원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주연을 맡았고 오는 27일 개봉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