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결제 공룡 페이팔이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텐페이(財付通·차이푸퉁)와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중국 제1호 100% 지분 외국계 전자결제공룡 탄생
이로써 페이팔은 고페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외국계 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전자결제 플랫폼은 페이팔이 처음이다.
2011년 중국에 설립된 고페이는 제3자 결제서비스업체다. 온라인·모바일결제, 선불결제, 국경간 위안화 결제 등 결제 방면에서 다양한 업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페이팔이 고페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건 연간 3경원 이상 거래가 이뤄지는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그만큼 중국 금융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중국 제3자 모바일 결제 거래액은 59억8000만 위안(약 1조161억원)으로, 전년 동비 8.8% 증가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 시장 점유율이 각각 55.6%, 38.8%로, 전체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 13억 중국인 해외출국, 대외무역 결제시장 노리나···
시장은 페이팔이 중국 국내 시장을 점령한 알리페이·텐페이와 직접 승부를 벌이기보다는, 중국인의 해외결제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 출국, 대외무역 방면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특히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진정세를 보이면 중국인의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페이팔이 중국에서 미국 카드공룡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는 이미 지난해 6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은행카드 결제 서비스를 승인 받았다. 또 다른 미국 카드사 마스터카드도 중국 온라인 결제청산 시스템인 왕롄청산(網聯清算 NUCC)과 손잡고 세운 합작법인 '완스왕롄(萬事網聯)'도 현재 결제사업 승인을 받고 현재 정식 운영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둥정(董崢) 중국 신용카드업 전문 연구원은 "글로벌 결제업체인 페이팔은 국경간 결제 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비자·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카드사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 이후의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알리페이·텐페이 독점 中모바일 결제시장···'메기효과' 일으킬까
페이팔 진출로 중국 전자결제 시장에서 '메기 효과'를 일으킬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지난 2018년 3월에야 비로소 외국기업의 전자 결제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개방 속에서 페이팔이 중국 국내 금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최근 중국이 전자결제 시장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가운데, 페이팔의 완비된 리스크 통제 시스템 등은 중국 국내업계에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98년 미국에서 설립된 페이팔은 2002년에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 팔려 이베이 산하 고객에 이체·지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제회사로 성장했다. 알리페이 역시 페이팔을 모방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2014년 이베이에서 따로 분사한 페이팔은 현재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모두 3억명 넘는 활성화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해외 통화거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