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이 병원을 혁신할 클라우드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과 손잡고 강원도 정밀의료 빅데이터플랫폼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하는 사업을 지난달 시작했다. 더존비즈온은 제각각인 기존 의료 IT솔루션 데이터 형식을 표준화해 수집하고 궁극적으로 '의료 데이터댐'을 구축하는 것을 정밀의료 빅데이터플랫폼의 궁극 목표로 바라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은 지난달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강원도 정밀의료 빅데이터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더존비즈온은 자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기술을 적용해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주관사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10개 병원, 제약회사, 대학교, 4개 정보통신기술(ICT) 의료솔루션 기업이 참여 중이다.
소프트웨어(SW) 중심 IT솔루션 기업 더존비즈온은 'P4'라 불리는 의료·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를 인식하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P4는 질병에 대한 사후조치를 넘어 예측·예방·개인화·참여(Predictive· Preventive·Personalized·Participatory)라는 성격에 초점을 맞춰 미래 의료 서비스가 발전할 것이란 방향성을 뜻하는 용어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병원이 보유한 유전체 시퀀싱 기술, 분자생물학 기술에 빅데이터·AI 등 기술을 접목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측·예방하는 진단과 환자에게 더 개인화된 처방과 환자가 스스로 술을 끊거나 생활습관을 바꾸는 등 치료과정에 참여하는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미래 의료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인데, 의료산업은 데이터가 표준화돼있지 않다"며 "EMR, HI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라이프로그, 유전체정보 등 데이터가 병원이나 솔루션 개발업체마다 생성·축적 방식이 파편화돼 있고 이를 통합하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데이터가 파편화됐다는 건 환자의 유전체 정보의 변이와 의료기록상 질환을 연계시켜 분석하고 (AI 모델에) 학습시키는 등 작업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더불어 기존 데이터 소유주체가 (개별) 병원이어서 이를 제3자가 모아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도록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기업이 민감정보인 의료데이터를 적법하게 활용하긴 쉽지 않았지만, 작년 데이터 3법이 개정되면서 좁게나마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데이터를 가명화하는 방법이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 자격을 확보했다.
더존비즈온은 병원을 위한 플랫폼·솔루션 개발도 추진한다. 송 대표는 "유전체정보, 조직검사이력 정보, HIS, PACS, EMR 등 솔루션 데이터를 모으는 '클리니컬 데이터 웨어하우스(CDW)'를 개발하고, 1·2차 병원에 의료업의 ERP처럼 중요한 HIS를 더존비즈온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밀의료 빅데이터플랫폼은 어떻게 활용될까. 송 대표는 "그간 의료업계 개별 연구자와 스타트업은 의료 빅데이터·AI 개발을 위해 일일이 병원을 찾아가 보유한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는데, 정밀의료플랫폼은 여러 참여병원 데이터에 대한 외부 사용 요청을 받으면 동시에 심의절차를 밟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기술적·관리적으로 개인 환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여러 병원의 의료데이터, 라이프로그 등을 표준화시키고 유전체 등 다른 데이터와 연계하게 된다.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 희귀질환·임상 연구자에게 제공돼 의료 AI모델 학습에 활용되는 '의료 데이터댐' 역할을 하게 된다.
더존비즈온은 강원도 정밀의료 빅데이터플랫폼 사업 참여에 앞서 삼성서울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정보 공유플랫폼'을 구축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의료데이터 관련 노하우를 제공하면, 더존비즈온은 이를 활용해 클라우드 기반 CDW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환자 중심 진료정보 교류를 위한 '케어네트워크(Care Network)' 사업도 함께한다. 송 대표는 "서울과 강원도에서 더존 HIS와 EMR 등을 활용하는 여러 1·2차 병원이 IT를 활용해 협진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며 "대형병원은 중환자를 위한 의료자원을 효율화하고 1·2차 병원은 보유하지 못한 대형병원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존비즈온은 이 케어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IT로 클라우드기반 EMR과 HIS 등을 개발해 공급할 계획이다. 일반 기업 대상으로 출시한 비즈니스플랫폼 '위하고(WEHAGO)'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구성에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제품을 추가해, 다른 업무용 솔루션과 함께 병원들에게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기업의 회계·인사 업무처럼 병원 입장에서 HIS와 EMR 등은 수많은 다른 업무 처리용 서비스 가운데 하나"라며 "이를 위한 솔루션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함께 공급해 병원의 디지털화를 돕는 '위하고H(가칭)'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작은 병원에서 저렴한 비용만으로 대형병원 수준의 IT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