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보건의료계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보건의료계 직능단체별로 지난해 불거진 문제부터 올해 예상되는 이슈를 짚어본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빨간불’…새국면 맞나
첫 삽을 뜨기까지 의사단체와의 갈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이번엔 내부 반발로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에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찬반 투표 결과, ‘재협상 해야한다’는 응답이 86%를 넘기면서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회원투표를 공지하며 “투표 과정에서 재협상이라는 단서를 달아놨지만 외부에서는 반대라는 결과가 나오면 폐기처럼 비춰질까 두렵다”며 “(투표를) 기권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한 달 정도 진행한 후 지난해 12월29일 시·도집행부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에도 시스템 개선 등 한의협에서 최근 진행한 설문 내용과 비슷한 의견들이 나왔다. 심평원, 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거쳐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등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산지와 원가 공개가 불편하다는 현장 의견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소비자 단체에서 원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가의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정해진 만큼 단기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3년간 2단계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 모니터링을 거쳐 많은 의견을 수용한 뒤 2단계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간선제 폐지 목소리에도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4선
올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4선을 기록한 신경림 회장이 이끈다.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 회장이 간호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독립 간호법 제정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법 제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지난해 간협은 회장 선출 방식을 두고 일부 간호사 단체와 마찰을 빚었다. 38대 간협회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직선제 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 다시 터져나온 것이다.
사실 간호계 내외부에서는 30년 넘게 직선제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보건의료단체들이 직선제로 임원을 선출하고 있지만, 간협만이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 직선 투표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간선제를 고집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또다시 단독 선출한 회장이 뽑혔다. 오랜 시간 간선제가 임원들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차례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다.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갈등 골 깊어진 정부-의사단체, 의정합의 순항할까
지난해 7월 정부·여당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각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코로나 상황 속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자가, 정부와 의료계는 해당 사안들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지역의료 지원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는 여전히 갈등의 씨앗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정부-여당은 지난 연말부터 의정 합의의 정신을 파기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올해도 투쟁이 다시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올해 3월 회장 선거에 따라 정부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임회장이 정부에 더 강하게 맞설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찾을지에 따라 의정협의체의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투쟁의 진정성을 보이겠다며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