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경매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11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 낙찰가율은 95.2%를 기록했다. 이 업체가 법원이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통계를 분석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응찰자들이 감정가가 아닌 시세를 기준으로 응찰가를 산정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지거나 최소한 강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갈수록 물량이 귀해져 매물이 나오는 대로 유찰 없이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참여자들이 저렴한 낙찰가가 아닌 '규제 Free'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의 핀셋 규제를 피해가는 '핀셋 경매'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111.8%로,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포시도 지난해 11월 아파트 낙찰가율이 131.2%를 보였다.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11월에 몰려든 투자자들로 파주 아파트의 낙찰가가 밀어 올려진 것과 같은 사례가 올해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토지거래 허가 외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경매는 일반 매매거래와 달리 토지거래허가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에서 자유롭다.
주거시설과 비주거시설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두번째 휴정 조치 이후 재개된 9월 경매시장 집계 결과, 주거시설의 총응찰자 수는 8594명을 기록했다. 8월 4991명보다 72.2% 증가한 수치다. 10월에는 1만151명으로 곧바로 휴정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와 달리 업무상업시설의 9월 총응찰자 수는 1042명으로 8월(1362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10월(1603명)과 11월(1914명) 들어 응찰자 수는 늘었지만 증가폭은 주거시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상가 공실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나 공업시설과 다르게 수익을 추구하는 상가 경매 투자자들은 최근 전세난과 아파트 가격 상승을 보며 주거시설로 갈아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변수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법원 휴정으로 이어져 진행건수를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 아직 경매법정을 통한 집단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응찰자와 민사집행과 직원까지 확진돼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만약 경매법정을 통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다면 다시 전국 단위의 법원 휴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그간 논의 되지 않았던 온라인 방식을 통한 경매 입찰이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악화된 경기로 인해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유자와 부동산이 늘어나는 점은 진행건수의 증가로 직결된다"며 "코로나19가 경매지표의 출발점인 진행건수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만큼 올해도 경매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