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은 몇 년 전만 해도 ‘대충 떼우는 한끼’쯤으로 치부됐다. 간편함은 잡았지만 맛과 건강은 놓쳤다. 그러던 HMR이 코로나 정국을 거치며 거듭 진화하고 있다.
HMR은 즉석밥 위주인 1세대에서 시작해 냉장·냉동·신선 위주의 2세대, 컵반·국·탕·찌개·반찬류 등으로 다양화된 3세대를 거쳤다.
HMR 5세대 첨병 역할을 한 브랜드가 있다. CJ제일제당의 건강간편식 ‘더비비고’다. 건강을 중심으로 설계된 균형 잡힌 한식을 표방했다.
특히 한식에서 과한 섭취가 우려되는 나트륨, 콜레스테롤은 줄이고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인 단백질, 식이섬유는 더했다.
더비비고의 초기 라인업은 국물요리 4종, 덮밥소스 4종, 죽 4종 등 총 12종이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찾아온 만큼 더비비고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도가니탕’을 직접 먹어봤다.
더비비고 도가니탕은 상온 HMR이다. 제품 패키지를 보니 ‘고단백 콜라겐’, ‘저콜레스테롤’, ‘5무첨가’ 등의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영양정보표를 보니 단백질은 34g으로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이 62%에 달했다. 반면 콜레스테롤은 55mg으로 18%에 불과했다. 나트륨도 910mg으로 시중에 나온 다른 국물 HMR의 절반 수준이었다.
조리법은 간단했다. 제품을 냄비에 부은 후 약 3분 30초만 끓이면 됐다. 끓는 물에 봉지째 넣고 중탕으로 5~6분간 조리하는 방법도 있다. 냄비 방식을 택했다.
내용물을 냄비에 담으니 도가니와 스지(소의 사태살에 붙어 있는 힘줄)의 양이 상당했다. 1인분이라고 믿기지 않을 양이었다.
전문점에서 1만5000원 전후를 오가는 도가니탕보다 건더기의 양이 월등히 많았다. 더비비고 도가니탕은 500g 1팩에 9980원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훌륭했다.
다 끓인 후 국물부터 맛 봤다. 레토르트 특유의 냄새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잡내 없이 깔끔하고 전문점과 비슷한 깊은 맛이 났다.
육수는 엑기스가 아닌 장시간 직접 원물을 우려내서 추출한 육수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가니는 쫄깃한 식감이 잘 살아있었다. 대파를 첨가해 먹어보니 맛이 배가됐다.
아쉬웠던 점은 국물 외에 내용물이 모두 도가니와 스지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살코기가 단 몇점이라도 섞여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