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아방강역고-13]호남차별 근거로 날조-악용된 훈요십조의 진실<1>

2021-01-01 07:00
  • 글자크기 설정

이병도가 차령 금강 이남으로 날조하고 박정희가 지역차별로 악용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차령산맥 이남과 금강 이남 출신은 반란의 염려가 있으므로 벼슬을 주지 말라 -팔조금법 제 8조"

고등학교 시절 국사 교과서와 현재 위키피디아 비롯 각종 국내 택스트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왕건이 죽기 전에 치매라도 걸렸나?

차령산맥 이남이라면 충청도와 전라도 전체를, 금강 이남이라면 전라도 전체를 의미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충청도와 전라도 사람은 등용하지 말고 원수취급하라는 말인데...

평생을 포용과 통합으로 후삼국을 통일하고 발해까지 통합하려고 필생을 몸바친 왕건이다. 전국 20여 호족의 딸과 정략 결혼하고 나주 호족 딸 사이의 소생(혜종)을 후계자로 정했다. 그런데 죽기 몇 달전에 급성 치매에도 걸렸던 것일까? 참 알다가도 모를 왕건이다.

이는 필자가 청소년 시절부터 국사 시간에 품어왔던 아주 오래된 의문이다. 

한국 사학계 주류이자 식민사관의 태두 이병도(李丙燾, 1896~1989년)(1)*는 한국역사 왜곡의 첨병이었던 이마니시류(今西龍, 1875~1932년)의 수제자격이다. 1926년 이마니시류가 훈요십조와 『고려사』 전체를 싸잡아 신뢰할 수 없는 역사서로 운을 띄웠다.

그러자 당시 이마니시류 휘하의 조선사편수회 촉탁 이병도는 대담하게도 고려사에 명기된 ‘차현이남(車峴以南)’과 ‘공주강외(公州江外)’를 각각 ‘차령산맥 이남(車嶺山脈以南)’과 ‘금강 이남(錦江以南)’으로 은근슬쩍 변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후예들이 호남차별의 역사적 근거로 악용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차현은 어디인가?

∙ 차현 이남, 공주강외의 산형 지세가 산의 모양과 땅의 기세가 모두 배역으로 뻗어 있는데(2)*
–『고려사』 세가 제2권 943년(태조26년) 4월(음)


‘현(峴)’은 얕은 구릉의 고개를 가리키고 ‘령’(嶺)은 산맥이나 험준한 산마루의 고개를 의미한다. (3)* 아현동, 회현동, 송현동의 '현'은 나지막한 언덕을, 추풍령, 죽령, 대관령의 '령'은 험준한 고개를 뜻하는 것처럼 말이다. 

‘차령산맥’이라는 명칭은 1903년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분지로(小藤文次郞 1856~1935년)가 인부 4명과 당나귀 여섯 마리로 한국의 산맥을 지질학적으로 조사해 14개로 분류하면서 만든 조어다.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왜식용어로 구한 말 이전의 문헌에는 없는 명칭이다. 차령산맥 이남이라면 충청도와 전라도 전체가 된다.

2004년 국토연구원에서 인공위성과 과학적인 기법을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아예 차령산맥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차령산맥이라는 지역은 해발 100~300m의 낮은 구릉 지대의 하나일 뿐이다.

차현(수레티 고개)은 한남금북정맥의 마이산 황색골산 마이산(馬耳山), 차현(車峴), 황색골산, 걸미고개를 지나 칠현산 칠장사에 이른다. 칠장사에는 여러 구전이 내려오는데 궁예가 10세까지 활쏘기를 하며 유소년기를 보낸 활터가 남아 있다 차현은 중부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절단되었고, 그 자리에는 화봉육교가 583번 지방도로를 연결하고 있다.

(계속······)

(왼쪽)차현(車峴; 수레티 고개) 경기 안성군 일죽면과 충북 음성군 삼성면 경계 소재, 차현은 중부고속도로로 절단되고 그 위에 583지방도를 연결하는 화봉육교가 놓여있다. (오른쪽)궁예의 유소년 시절 은거지인 차현인근의 칠장사(어린 궁예가 활쏘기 연습하는 벽화 –칠장사 명부전).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각주

(1)*이마니시류의 수제자격 조선사편수회 촉탁, 경성제국대학 조선사 교수, 문교부장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대한학술원 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원장, 5.16 민족상 심사위원회고문,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2』 876~877쪽,

(2)*여덟째, 차현(車峴)이남과 공주(公州강)외는 산의 모양과 땅의 기세가 모두 배역으로 뻗어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도 그러하다. 그 (산세)하의 주군(州郡)의 사람들이 조정에 참여하고 왕후나 외척과 혼인하여 나라의 정사를 잡게 되면, 국가의 변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통합당한 원한을 품고 침범하며 난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일찍이 관청에 예속된 노비와 진‧역의 잡척이 권세가에게 투탁하여 신분을 옮기거나 역을 면제받기도 할 것이며, 왕후귀족에 빌붙어 간교한 말로 권력을 희롱하고 정사를 어지럽게 하여 재앙에 이르게 하는 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비록 양민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그를 관직에 올려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其八曰, 車峴以南, 公州江外, 山形地勢, 並趨背逆, 人心亦然. 彼下州郡人, 參與朝廷, 與王侯國戚婚姻, 得秉國政, 則或變亂國家, 或㗸統合之怨, 犯蹕生亂. 且其曾屬官寺奴婢, 津驛雜尺, 或投勢移免, 或附王侯宮院, 姦巧言語, 弄權亂政, 以致災變者, 必有之矣. 雖其良民, 不宜使在位用

(3)*李善注:《声类》曰:“岘,山岭小高也 嶺, 顶上有路可通行的山,亦泛指山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