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잠수함에 치인 기분 아니?"...코로나19의 해, 2020년을 정리한다

2020-12-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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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두려움 없이 안아줄래요"...'평범함의 소중함' 토로한 문구도 눈길

코로나19 사태로 다사다난했던 한해...英 "너무 많아 고를 수 없어"·日은 '密'

2021년 새해를 하루 남겨두고 세계 각국도 2020년 한해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유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던 올해는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에 특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비극'은 작년 12월31일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으로 공식 보고한 이후 꼭 1년 만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첫 보고 이후 6개월여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다시 5개월이 지난 11월8일 기준 5000만명을, 지난 26일에는 8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년 간 사망자는 18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충격의 연속이었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제 성적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최악의 한해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3월20~23일에는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거래일 만에 30~40%가량 폭락했으며, 4월20일에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3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태 343일 만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한 인류는 '바이러스를 향한 반격'을 시작하면서, 빠르면 내년 2분기 사태 정상화라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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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시에서 자가격리 중인 한 남성이 베란다에 나와있다. 현수막에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사태를 응원하기 위해 유행 중인 '모든 것이 다 잘될거야(Andra’ tutto ben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시에서 자가격리 중인 한 남성이 베란다에 나와있다. 현수막에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사태를 응원하기 위해 유행 중인 '모든 것이 다 잘될거야(Andra’ tutto ben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길 가다 잠수함에 치인 기분...내년에는 두려움 없이 안아줄래요"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독자들로부터 2020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문구를 기고 받아 정리해 보도하기도 했다. 기고에 응한 2000명 이상의 독자 중 이날 신문이 최고로 뽑은 문구를 보낸 독자는 9살 어린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베벌리힐스에 사는 9살 클라크 스미스는 올 한해가 "양쪽 모두 잘 살피고 길을 건넜는데, 잠수함에 치인 것과 같다(like looking both ways before crossing the street and then getting hit by a submarine)"며 "지금까지 가장 미쳤던 한 해(the craziest year ever)"였기 때문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해 큰 화제가 됐다.

이와 함께 라팔 파비마노비츠(32세)와 이녜스 실바(29세)가 각각 보낸 "음소거 상태입니다", "내 말 들립니까? 음소거 해제 좀 해주세요"와 같이 업무상 화상회의가 늘어난 풍조를 반영한 문구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다만, WP는 모든 문구들이 이와 같이 유쾌하거나 재치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독자들의 문구를 분석한 결과는 올 한해가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독자들은 △지친(Exhausting, 1위) △잃어버린(Lost, 2위) △혼돈의(Chaotic, 3위) 등 3개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으며, △잔인한·가차없는·끈질긴(relentless의 파생어, 4·10위) △초현실적(surreal, 5위) △재앙(Dumpster fire, 6위) △악몽(nightmare·11위)를 비롯해 △격리(quarantine) △파멸의 징조(doomscrolling·나쁜 소식을 전하는 뉴스) △'신문에 차마 담을 수 없을 단어들'(욕설) 등 순위를 매길 수 없는 단어들도 넘쳐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사랑하는 친구들을 잃어버렸고 돌아 오지 않을 가족과 친구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할 소중한 시간도 잃어버렸다"(테레사 그림스·65세), "내년에는 누구든지 두려움 없이 안아주고 싶다. 이제는 포옹 같이 평범한 일들도 소중히 여기고 당연하게 여길 수 없어졌다"(이녜스 실바), "다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보거나 듣거나 읽지 않겠다"(댄 허친슨·72세) 등의 비극적인 문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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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집단 감염이 발생한 미국 워싱턴주 커클랜드시의 요양원에 남편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도로시 캠벨(88). 이날 캠벨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결국 남편을 만나지 못한 채 창 사이로만 바라본 후 귀가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집단 감염이 발생한 미국 워싱턴주 커클랜드시의 요양원에 남편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도로시 캠벨(88). 이날 캠벨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결국 남편을 만나지 못한 채 창 사이로만 바라본 후 귀가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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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독자들의 '2020년을 요약하는 문구'. 9세 어린이 클라크 스미스가 기고한 "양쪽 모두 잘 살피고 길을 건넜는데, 잠수함에 치인 것과 같다. 지금까지 가장 미쳤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가 최우수 문구로 꼽혔다.[사진=워싱턴포스트(WP)]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독자들의 '2020년을 요약하는 문구'. 9세 어린이 클라크 스미스가 기고한 "양쪽 모두 잘 살피고 길을 건넜는데, 잠수함에 치인 것과 같다. 지금까지 가장 미쳤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가 최우수 문구로 꼽혔다.[사진=워싱턴포스트(WP)]

 
英 "너무 많아 고를 수 없어"...日은 '密'

한편,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편찬하면서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해온 영국 옥스퍼드랭귀지는 2020년을 "매달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 딱 하나의 단어를 선정할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해"라고 평가하며 △WFH(Working From Home·재택근무) △봉쇄(Lockdown) △일시 봉쇄(Circuit-breaker) △필수 노동자(Keyworkers) △일시해고(Furlough) 등의 단어를 꼽았다.

매해 한 해를 상징하는 한자 한 글자를 선정해 공표하는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의 한자로 '密'(빽빽할 밀)을 선정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인 '3밀(밀집·밀폐·밀접) 회피 정책'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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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마련된 코로나19 사망자 집단 매장지 모습.[사진=EPA·연합뉴스]

지난 5월1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마련된 코로나19 사망자 집단 매장지 모습.[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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