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뒤로하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바둑계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온라인 대국이 활성화됐고, 그로 인해 문제점도 나왔지만, 잘 극복해 나아갔다. 지난 29일 한 해를 정리하는 바둑대상 발표에서 신진서 9단(20)이 생애 두 번째 최우수기사상(MVP) 등 5관왕에 올라, 한 해를 빛낸 별이 됐다. 최정 9단(24)은 여자기사상 등 여자 부문 4관왕에 올랐다. 아주경제신문사는 올해 바둑계 사자성어로 '형찰설안(螢窓雪案)'을 꼽았다. 반딧불이 비치는 창과 눈에 비치는 책상이라는 뜻이다. 어려움 속에서 나아갔던 한국 바둑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알아보자.
이미지 확대
![신진서 9단[사진=한국기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12/29/20201229225038789406.jpg)
신진서 9단[사진=한국기원]
▲ 신진서, 연간승률 기록 경신
신진서가 1988년 이창호 9단이 세운 역대 최다승률 기록을 경신했다. 신진서는 올해 76승 10패 승률 88.37%를 기록했다. 이는 이창호가 세운 승률 88.24%를 0.13% 차로 누른 기록이다.
신진서는 역대 최다승률을 기록하며 한국 바둑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12개월 연속이다. 또한,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 신진서vs박정환 바둑 슈퍼매치'에서 바둑랭킹 2위 박정환 9단(27)을 상대로 7전 전승을 거두었다.
▲ 코로나19로 시작된 온라인 대국
지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 이후 스포츠계는 셧다운(Shutdown)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바둑 만이 국제 대회를 이어갔다. 온라인으로 대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열린 LG배가 세계대회 최초로 온라인 예선을 치렀다. 이어서 삼성화재배, 농심신라면배, 응씨배, 춘란배, 오청원배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신진서의 치명적인 실수(삼성화재배 결승 커제戰)가 발생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신진서는 1선에 흑돌을 두었다. 이를 본 커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지 확대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 직후 인터뷰 중인 신진서 9단[사진=한국기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12/29/20201229225119603844.jpg)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 직후 인터뷰 중인 신진서 9단[사진=한국기원]
▲ 신진서, LG배서 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
신진서가 올해 초 LG배 결승에서 박정환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었다. 2000년대 생 프로기사 중 첫 세계대회 우승으로 기록됐다. 그는 삼성화재배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신진서는 2021년 이어지는 9회 응씨배 4강전, 13회 춘란배 8강전에도 오른 상황이다.
▲ 최정, 85개월 연속 여자 바둑랭킹 1위
최정은 85개월(7년 1개월) 동안 여자바둑 정상을 지켰다. 이제는 적수가 없다고 평가 받을 만하다. 올해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여자국수전 첫 4연패, 여자기성전 첫 3연패로 국내 여자 개인전 7연속 우승(도전기 제외)을 달성했다.
우승자도 토너먼트부터 출전해야 하는 선수권전에서 4연패를 기록한 것은 1999년 이창호 이후 두 번째다. 최정은 올해 여자기사를 상대로 91.89%(34승 3패)의 승률을 기록했다.
이미지 확대
![최정 9단[사진=한국기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12/29/20201229225155938281.jpg)
최정 9단[사진=한국기원]
▲ 한국기원, 코로나19에도 기전 창설 및 부활
코로나19로 바둑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확산 초기에 대회가 줄줄이 취소 및 연기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한국기원은 슬기롭게 실타래처럼 엮인 문제들을 풀기 시작했다. 온라인 대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대회를 치르는 등으로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신규 기전 창설과 중단 기전 부활 등의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초 열렸던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은 바둑랭킹 1~8위 기사들이 열전을 펼쳤다. 8월에는 전체 기사를 대상으로 두 번째 대회를 열었다.
신진서가 7전 전승을 거둔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 신진서vs박정환 바둑 슈퍼매치'도 처음 시도된 기전이다. 남해 관광지 7곳(실내·야외)에서 진행된 이번 기전은 치열한 바둑판을 돋보이게한 비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붕배는 14년 만에 프로 신예 대회로 재탄생했다. 매 라운드 3번기가 특징이다. 4년 만에 돌아온 명인전도 재개된다. SG그룹이 후원을 맡았다. 예선은 내년 초에 진행된다.
▲ 한국 바둑계 버팀목 자처한 국내 5대 리그
국내 5대 리그(KB바둑리그, KB퓨처스리그, 한국여자바둑리그,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 조아바이톤 루키리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회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KB바둑리그에서는 한국물가정보가 2019~2020시즌 통합우승을 거두었다. 이어진 2020~2021시즌은 8개 팀이 출전해 7년 만에 선발전을 부활시켰다. 예년보다 늦은 11월에 개막했지만,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5월 개막한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신생팀 보령 머드가 통합 우승을 거두었다. MVP는 역시나 최정이다.
시니어바둑리그는 '나이를 잊은 바둑'을 선보였다. 김포 원봉 루헨스가 창단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루키바둑리그는 강지성 바둑학원이 우승했다.
▲ 조혜연·문민종 깜짝 우승
올해는 두 기사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조혜연 9단(35)은 대주배서 여자기사 최초로 우승했다. 두 번의 준우승 끝에 대주배를 품에 안았다.
문민종 3단(17)은 글로비스배 U-20 대회서 셰커·랴오위안허·리웨이칭 8단을 돌려세우며 우승했다. 이 대회는 비공식 대회지만, 각국 최고 신예들이 출전해 시선을 끌었다.
이미지 확대
![한국기원 전경[사진=한국기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12/29/20201229225259812257.jpg)
한국기원 전경[사진=한국기원]
▲ 바둑 인공지능 시대 명과 암
2016년 이세돌 9단(37)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 인공지능 시장이 큰 성장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바둑 공부에 이용하며 도우미이자, 동반자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1월 입단대회에서는 참가자의 인공지능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형사 고발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11월에는 '천재 바둑소녀'로 불렸던 김은지 2단(13)이 비공식 대회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적발돼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 코로나19, 아마 대회 직격탄
프로 대회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아마추어 대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열리지 못했다. 불특정 대다수가 모이기 때문이다. 연령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전라남도 국수산맥 전국청소년바둑축제, 김인국수배 시니어바둑대회·국제시니어바둑대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세계바둑페스티벌, 크라운해태배 어린이 명인전 등에 아마추어가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프로기사가 출전할 수 있는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 문경새재배 전국 바둑대회 등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 바둑 유튜버 전성시대
유튜브에도 바둑 콘텐츠가 자리매김했다. 유행을 타고 많은 유튜버가 탄생했다. 유튜브 채널 '프로연우'를 운영하는 조연우 2단이 구독자 5만여 명을 대표하는 유튜버다. 이 외에도 김영삼·이현욱·박지은·조혜연 9단 등이 활동 중이다.
지난 9월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동료기사 성폭행 의혹'으로 또다시 제명된 김성룡(44)도 '김성룡 바둑랩'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그는 13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