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법조인 자격을 주는 대학원에 들어간 고위층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수사다. 이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고 관련자를 엄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입시제도의 허점을 간파하고, 합법과 불법을 교묘히 넘나드는 강남 사교육 시장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교육부 등이 손잡고, 발벗고나서야 한다.
징역 4년에 법정구속, 재판 결과는 크게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2가지로 크게 나뉜다. 돈 문제인 사모펀드는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앞으로 2심, 대법원 판단까지 논란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 최대 관심사인 입시 비리 부분은 관련 5개 혐의 모두 유죄였다.
판결문에 나온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오인’(誤認)이었다. 입시 과정에서 딸 조 씨의 실력을 잘못 과대평가할 수 있게 서류 위조, 스펙 조작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조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부정한 방법으로 들어갔다는 논리다.
지난해 이후 1년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는 프레임에 따라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 권력층의 위선 등 다양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을 둘러싼 싸움이기도 하고, 없는 이들에게 좌절감을 준 사건이기도 했다.
23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 판결로 일단 확인된 사실은 입시 비리다. 대한민국에서 입시 문제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특히 고위층 자녀들이 특혜를 받고 의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학교에 들어갔다는 의혹은 선뜻 건드리기 어려웠다. 힘과 돈, 정보가 있는 이들은 누구나 다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자칫 ‘판도라의 상자’(모든 재앙의 근원)를 여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고위층 자녀들에 대한 입시 비리를 전면적으로 조사할 명분과 근거가 생기게 됐다. '정경심 잣대'를 빠루(표준어는 배척, 쇠지레)로 삼아 육중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일명 로스쿨)과 의전원은 도입 초기부터 부유층과 사회지도층 자녀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지 않은 의전원, 법전원 재학생, 졸업생들은 스스로를 ‘금수저 출신’이라는 걸 부인하지 못한다.
이번 판결을 놓고 조국 일가에 대한 지지자, 비판자 서로 저마다 정치적 입장이 엇갈린다. 그렇지만 입시 비리에서만큼은 목소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기회에 사회 지도층,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 입시 비리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모든 법전원, 의전원 입시에 대한 전수조사 가능성을 말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교육부 내부적으로 자기들이 다칠 수 있고, 어마어마한 고관대작과 그 자녀들을 상대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수사할 권한과 능력이 없다.
그리하여 결국 다시 검찰이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의전원과 법전원 합격자 전수를 조사해 제2,3의 조민을 찾아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혹은 그 대행은 조국 수사 때 결기를 잃지 말고 전면적 대대적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이번 정경심 교수 재판 결과를 그 잣대로 사용하면 어렵지 않을 거다.
공수처는 1호 수사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비리를 택하면 좋겠다. 국민 모두 분노하는 교육과 입시 비리, 특히 고위층의 못된 짓을 만천하에 낱낱이 밝히는 거다. 이 일을 제대로 해내면 출범을 둘러싸고 벌어진 온갖 정치적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는 공수처가 될 거라 확신한다.
입시 비리는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다. 업무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이고 공소시효는 7년이다. 시급히 착수해 2014년 법전원, 의전원 합격자들부터 신속히 수사에 나서야 한다. 잘못이 확인되면 그 부모에 대한 사법처리, 해당 학생의 입학 취소 및 변호사-의사 자격 박탈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위층이든 누구든 입시 비리를 저지르면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당시 입시에서 떨어진 수많은 수험생과 부모들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다. 입시 비리를 근절, 박멸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정경심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법을 써서 아들, 딸을 의전원에 보낸 고위층들에겐 마땅히 반성할 기회를 줘야 한다. 반성 없는 철면피들에겐 충격과 공포의 시간 뿐이다.
지난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묻는 여론조사에선 국민 4명 가운데 3명이 찬성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75.2%, 반대가 18.3%였다.
사회 지도층은 검찰, 고위 공직자는 공수처가 하면 되지만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판사와 검사는? 전현직 고위법조인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어떨까. 이 역시 여야가 합의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정경심의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든 언론계도 빼놓아선 안 된다. 언론계 인사 자녀 입시 비리도 똑같이 엄벌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안될까, 왜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반대하는 그들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P.S. 아래는 정경심 교수 재판부가 취재진에 배포한 설명서 중 일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고위층 입시 비리 단죄를 해야 하는 이유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피고인의 입시비리 관련 범행으로…오랜 시간 동안 성실히 준비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서울대 의전원, 부산대 의전원에 응시했던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하였음…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가 입시 관련 시스템에 대하여 갖고 있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큼.
입시비리 관련 사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엄정한 처벌 요구와 실제 유사한 사건들의 형량을 비교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저지른 입시비리 관련 범행에 대하여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함.
*이 칼럼은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매주 방송되는 '아주3D'와 함께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