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입구역 주변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팬데믹 극복 인공지능(AI)'이 주변 유동인구 800명 중 20%가 역삼동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즉시 찾아낸다. AI는 이어 을지로입구를 위험도 높음으로, 역삼동을 중간으로 판단한다. AI는 즉시 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이용자에게 자차 이용을 권유하고, 역삼동의 영화관을 예약한 이용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내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이 협력함으로써 내년 초부터 경험할 수 있는 미래 모습이다.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사회 안전에 기여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초협력'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3사는 각 사의 기술 역량을 모아 △미래 AI 기술 개발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AI 활용 방안 연구 △AI 기술 저변 확대 등을 공동 진행한다.
3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해 내년 초 팬데믹 극복 AI를 우선 공개한다. 이 AI는 △이용자 현재 위치 주변의 코로나19 위험 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위험도를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거나 우회 경로 등을 안내하는 기능을 갖췄다. 태풍, 폭우 등 재난·재해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는 기존 재난 알림과 달리 AI가 이용자 주변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방역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AI는 유동인구 빅데이터, 공공 재난 정보, SNS 등으로 지역별 위험도를 파악하고, 스마트폰 등에 기록된 일정, 항공권·공연·숙박 예약 정보, 평상시 이동 경로 등으로 이용자의 현재 상태를 분석해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3사는 팬데믹 극복 AI에 '코바트(KoBART)', '코버트(KoBERT)', '한국어 GPT-2(KoGPT2)' 등 'GPT-3'에 대응하기 위해 SK텔레콤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대형 한국어 언어모델을 적용해 AI가 이용자의 재난 관련 정보 요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팬데믹 극복 AI는 오픈 API 형태로 제공된다. 국내 개발자, 기업, 정부 등 누구나 3사가 제공하는 AI 기술을 자신의 서비스에 결합, 다양한 융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들 3사의 AI 초협력은 지난 1월 CES2020 현장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한국의 AI 기술력은 글로벌 업체들과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AI 전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으려면 국내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고동진 당시 삼성전자 IM부문장이 "데이터 처리 기술 발전으로 AI를 주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개별 업체가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미래를 위해 양사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응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에는 애플의 AI 음성비서 '시리'를 개발한 AI 전문가인 김윤 SK텔레콤 CTO를 포함해 양사의 주요 임원 10여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SK텔레콤과 주식교환으로 협력을 약속한 카카오가 AI 동맹에 합류했다. 3월에는 공동 실무 그룹이 만들어졌고, CTO급 워크숍을 격주 단위로 정기 운영하고 실무 기획·개발팀이 수시로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면서 핵심 협력 과제를 정한 후 개발 방향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3사는 수년간 AI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AI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향후 김윤 CTO, 우경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AI팀 상무, 박승기 카카오브레인 대표 등 각 사의 AI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협력해 국내 AI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동진 대표이사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IM무선사업부를 이끄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3사의 협력은 팬데믹 극복이라는 사회적 난제 해결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이 널리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AI 생태계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협력의 의의를 설명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도 "훌륭한 파트너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며, 앞으로도 AI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