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38조 폭탄빚, 곧 닥칠 족쇄 피하려 난리났다

2020-1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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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R, 내년 4월부터 85→100%

1분기 만기 은행채 엄청나게 불어

은행채 현금쌓기 '빚으로 빚막는 꼴'

두달새 6.3조 순발행, 금리 인상 우려

[사진=연합뉴스]

은행이 당장 현금화시킬 수 있는 돈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도록 한 규제가 내년 4월부터 다시 강화되지만, 은행들이 내년 1분기 상환해야 하는 은행채가 3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분기 상환한 은행채보다 11조원 많은 규모다. 앞으로 더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갚아야 할 은행채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자금을 보유해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선제적으로 추가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며 현금 쌓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시중 대출금리가 더 빨리 오를 전망이다.
 

[그래픽=아주경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모든 은행들이 내년 1~3월 상환해야 하는 은행채는 총 37조5825억원이다. 올해 1분기 은행들이 차환한 은행채(26조4430억원)보다 약 11조원 많은 규모다. 은행채는 은행들이 예금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자금확보 수단이다. 은행들은 자금의 60~80%가량을 예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의 대부분을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다.

문제는 한시적으로 완화한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내년 4월부터 다시 강화된다는 점이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비율로, 은행들은 내년 3월까지 8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30일 이내 100억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85억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원래 이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 왔는데,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이 대거 집행되면서 LCR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당국은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이 규제를 85%로 완화했다.

은행들은 내년 4월부터 LCR을 다시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1분기에 빠져나가는 현금이 38조원에 달해 은행들이 이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은행채를 발행하며 현금 쌓기에 나섰다.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순발행한 은행채는 총 6조3200억원에 달한다. 순발행액은 발행액에서 차환액을 차감한 액수다. 지난해 11~12월 두달간 순발행액이 -310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 늘어난 규모다. 올해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집행이 많았던 3~5월 매달 8조5000억~10조3000억원을, '영끌' 수요가 몰린 7~9월에도 3조5000억~4조3000억원의 은행채를 순발행했다. 이후 10월(9600억원) 순발행액이 크게 감소했으나, 11월에 4조80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은행들이 현금을 확보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예금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LCR 산식에 예금은 포함되지 않지만, 예금으로 유치한 돈으로 지준예치금·국고채 등 고(高)유동성자산을 매입하기 때문에 예금 확보는 LCR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초저금리 기조에 따라 예금 인기가 떨어지자 은행채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은행채 발행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대출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은행의 LCR이 90%대 초반을 나타내고 있다"며 "LCR을 내년 1분기까지 10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현재로선 은행채 발행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9월 말 기준 은행권 평균 LCR은 약 93%로, 지난해 말(106%) 대비 13%포인트 급감했다.

은행채 발행 확대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출금리는 예금 및 채권 등 은행이 조달한 금리를 기반으로 책정된다. 시중금리가 반등한 가운데,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 그만큼 조달금리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시중금리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17일 0.999%까지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 말일 0.796%까지 떨어졌지만 1%대에 가까워진 것은 4월 29일(1.006%) 이후 8개월 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채권을 발행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금리를 더 높이 줘야 한다"며 "이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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