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기록하는 마케터 이승희가 사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법

2020-12-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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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자신만의 영감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기록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기록을 해야 할까, 또 어디서 영감을 찾아야 할까. 

기록을 통해 경험을 찾고 쓸모를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쓸 일이 생긴다. 기록하는 마케터 이승희와 사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김호이 기자/ 기록하는 마케터 이승희]

Q. 영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아무래도 마케팅이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일이잖아요. 계속 아이디어를 찾아야 되는 직업이다 보니까 영감에 집착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랜덤피드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가는 곳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요.

Q. 영감을 활용하기 위해 어떤 습관들을 가지고 있나요?
A.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실질적으로 써먹냐고 물어봐요. 인스타그램에 영감노트 계정을 운영하면서 기록하는 자체로도 영감을 써먹었다고 봐요. 그리고 실행력은 성격이 아니라 기록을 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쓰고 눈으로 봐야 움직이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영감을 활용하기 위해 기록을 하는 것 같고요.

Q. 언제부터 호기심이 많았나요?
A. 어렸을 때부터 많았던 것 같아요. 질문이 많거든요. 그리고 질문을 바로 해결해요.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어봐요. 어렸을 때 자전거 타고 동네를 많이 돌아다닌 이유이기도 해요. 학창시절엔 촐싹대는 학생이었어요. 말 많고 나대고 왁자지껄한 학생이었죠. 

 

[사진=이승희 마케터 제공]

 
Q. 영감을 기록한 걸 언제 꺼내보세요?
A. 콘텐츠를 만들거나 뭔가의 결과물이 필요할 때 꺼내보는 것 같아요. 물론 안 꺼내 보는 경우도 많고요. 기록하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아요. 한 달이면 노트 한 권을 다 쓰는 것 같아요.

Q. 기록을 통해 어떤 기회들을 얻었나요?
A. 진짜 많이 얻었죠. 배달의민족에 이직한 것도 블로그에 배달의민족이 좋다고 썼으니까, 이직의 기회가 왔던 거예요. 브런치에 글을 썼으니까 북바이퍼블리라는 출판사를 통해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냈던 거고,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하니까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요. 기록은 나라는 존재를 계속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이승희 마케터 제공]


Q. 배달의 민족에서 마케터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A. 전공은 치아보철물을 만드는 치기공이었어요. 근데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게 맞지 않는다고 깨닫기만 했지, 뭘 해야 될지 몰랐어요. 그러다 우연히 치과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돼서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를 했어요. 이후 병원에서 마케팅을 해볼 기회를 주셔서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배달의민족을 알게 되고 이직을 했어요.

Q. 배달의민족에서 어떤 일들을 했나요?
A. 다양한 일을 했었는데 소셜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SNS 관리를 주로 했어요. 치믈리에 캠페인도 했었고, ‘배민다움’ 책 홍보 같은 브랜딩에 필요한 일들을 했고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기초적인 메일 쓰는 법, PPT 만드는 법, 기획서 쓰는 법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기획법, 일할 때 피드백 주는 법 등을 배웠어요. 그 중에서도 많이 배웠다고 느낀 건 태도적인 면과 글 쓰는 법이었어요.

Q. 배달의민족을 퇴사한 이유는 뭔가요?
A. 스스로한테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6년 정도 일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건강도 챙기고 싶었어요. 복합적인 것들이 합쳐져서 갑자기 결정하게 된 것 같아요. 요즘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늘 품고 있어요.

 

[사진=이승희 마케터 제공]


Q. 평소 변화를 위해 뭘 하세요?
A. 주로 장소 이동을 많이 해요. 이사를 가거나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옮길 때 변화가 확실히 오는 것 같아요.

Q. 어떤 경험들이 도움이 됐나요?
A. 회사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가족 같고 친구 같은 동료들을 얻고 학교만큼 수양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도 도움이 되죠. 그때그때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여행 자체를 좋아해서 여행을 통해 스스로에게 기분 전환의 기회를 주려고 해요.

Q. SNS를 할 때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와 내가 원하는 콘텐츠 중 어떤 걸 주로 올리는 편이세요?
A. 저는 철저히 제가 좋아하는 것만 올려요. 아직 저한테 SNS가 비즈니스 도구는 아니거든요. 만약 SNS가 사업에 필요하고 비즈니스화 된다면 대중에게 보여주는 콘텐츠가 달라지겠죠. 근데 개인 SNS는 그렇지 않다 보니까 제가 좋아는 걸 올리고 있어요.

 

[사진=이승희 마케터 제공]


Q. 이승희의 마음을 흔드는 건 뭔가요?
A. 인터뷰요, 좋은 질문들이 나를 바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저의 마음을 흔드는 것 같아요. 제일 끌리는 질문은 생각할 수 없었던 생소한 질문들이에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마음이 흔들리죠. 나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질문들이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떤 질문들을 많이 하시나요?
A. 그때 그때 달라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기회가 있으면 가서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수집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에서 Q&A를 받고 다른 사람이 궁금해 하는 화두가 저에게 날아오는 것도 좋아해서 그걸로 질문을 하기도 해요. 근데 뚜렷한 목적이 없으면 영감을 받기 어려운 것 같아요. 책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고 ‘책을 쓰기 위한 영감을 찾아야지’라고 하면 책에 필요한 것들이 영감으로 다가와요. 마케팅할 때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되면 페스티벌에 쓸만한 것으로 수집되는 걸 보면 그때그때 목표로 하는 테마에 맞게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사진=이승희 마케터 제공]


Q.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A. 직장인들은 돈을 받기 위한 약속된 일들이 있으니까 해야 되는 일들이 더 많죠. 하고 싶은 일만 절대 할 수 없는 것 같은데 해야만 하는 일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려면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저는 SNS를 좋아하다 보니까 내가 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나 사람들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확인했어요. 그런 수집들로 성취감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고, 잘했고, 반성해야겠다는 걸 느끼면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흠뻑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잖아요. 그래야 일이 일로 안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가방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건 뭔가요?
A. 노트와 필기도구, 책 한두 권, 보조배터리, 화장품 파우치는 꼭 가지고 다녀요.

 

[사진=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자유롭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힘이 커져 있는 상태가 자유로운 것 같아요. 몸은 힘든데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했을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롭다고 느껴요. 그게 이상한 일이어도 책임은 내가 지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없는 거죠. 누군가에 의한 선택, 원치 않은데 끌려가야 할 때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요.

Q.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업무 시간이 단축되거나 동료들이 저한테 피드백을 받으러 올 때 ‘드디어 나한테도 물어보러 와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성장했다는 걸 느껴요. 더 성장하기 위해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요.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더 멋있어지고 경험이 쌓여서 좋지 않을까'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쌓이는 게 어쩌면 꼰대가 되기도 하고, 부단히 내가 배우려고 하지 않고 나아지려고 하지 않으면 늙어빠진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려고 하고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신경써요.

 

[사진=이승희 마케터 제공]


Q. 사람들에게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세요?
A. 상황에 따라서 달라요. 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는 이승희라고 하고요, 저를 마케터로 알고 있는 집단으로 가면 마케터라고 해요. 북토크 같은 곳에 가면 작가라고 하고요. 근데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게 제일 멋있는 거잖아요. 포트폴리오가 없어도 나라는 사람이 브랜드가 되는 것, 그렇게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아야 되는 것 같아요.

Q. 이승희 라는 브랜드로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A. 퍼스널브랜드라는 말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승희라는 브랜드도 제가 33년 살아오면서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증거 같아요. 만약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았으면 인터뷰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지금 단계는 일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한 것이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스스로 성장을 해야 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새로울 것들이 없어지잖아요. 그런 것들로 인해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영감을 얻으려면 새로운 환경에서 짜릿한 감정을 느껴야 되는 것 같아요. 계속 호들갑 떨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새롭게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가슴이 뛰어요. 뭔가 반복되면 일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저는 자기 개발서를 읽을 때 '또 똑같은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같은 얘기라도 내 행동이 변할 때까지 새롭게 받아들이거든요. 스스로 가슴 뛰는 일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김호이 기자/ 이승희 마케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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