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중국의 호주 때리기가 주는 교훈

2020-12-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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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올 4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호주 때리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무역제재의 범위가 확대되고 그 강도도 세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역분쟁이 외교분쟁으로 비화되었다. 중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자오리젠(赵立坚) 외교부 대변인은 "눈을 다섯개 가졌든 열개 가졌든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침식하는 누구라도 눈이 찔려 멀지 않게 조심하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호주 특수부대원의 포로 및 민간인 살해를 폭로한 ‘브레레턴 보고서’가 공개된 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호주 군인이 어린 양을 든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목에 칼을 들이대는 사진을 게시하고 호주의 인권 유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였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조작된 사진의 삭제를 주장하면서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박하였다.
중국과 역사 갈등과 영토 분쟁이 없는 유리한 조건을 활용해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호주가 왜 중국의 전랑외교(战狼外交)의 표적이 되어버린 것일까? 중국이 호주에 가진 불만은 주호주 중국대사관이 공개한 14개 요구사항에 잘 요약되어 있다. 호주 정부는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을 5G 사업에서 배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이 추진한 호주 기업의 인수·합병을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2020년 4월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는 미국에 동조하였으며, 호주 언론은 중국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왜곡하는 미국의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또한 호주 정부는 중국이 내정문제로 간주하는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고 있으며, 연안 국가도 아니면서 유엔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호주 정부와 의회는 2018년 빅토리아 주정부의 일대일로 구상 참여 결정을 제한하려고 하고 있으며, 호주전략정책연구소와 같은 반중 싱크탱크에 재정 지원을 하는 동시에 중국 학자에 대한 방문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사실 중국이 호주에만 이런 불만을 표출한 것은 아니다. 미국과 많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중국과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희토류 수출 금지, 우리나라도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류 및 여행 중단과 같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호주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일까?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와 휴 화이트와 같은 중국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모리슨 총리의 이념적이고 대결적 접근 방식이다. 물론 이전 총리들이 중국이 추구하는 이념, 가치,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실용적인 입장에서 중국과 협상을 통한 해결 방식을 선호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연대에 동조하는 모리슨 총리는 신냉전의 관점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주권과 체제 문제를 제기하였다. 중국은 모리슨 총리의 비판을 호주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에 대한 부당하고 불필요한 간섭으로 간주하고 있다.

당분간 호주가 중국의 무역보복과 외교공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호주는 미국보다 중국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 호주의 대중 무역은 2019년 전체의 27.4%로 국내총생산(GDP)에 약 11%를 기여하였다. 호주산 상품이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의 보복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중국이 수입을 제한하거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상품에는 보리, 소고기, 석탄, 면화, 바닷가재, 목재, 와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이 상품들을 호주 이외의 다른 나라들에서 수입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만큼 이 상품을 구매해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반면, 중국은 전체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는 철광석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중국의 철광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나라는 호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주가 마냥 방심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알루미늄공사가 아프리카 기니에 있는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중국의 호주산 철광석에 대한 의존도가 확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의 4국 안보협의체(속칭 쿼드) 회원국인 호주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도 호주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호주는 미국 다음으로 중국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 왔지만, 미국은 중국의 호주 때리기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소송에 매진하고 있으며, 바이든 당선인은 정권인수에 집중하고 때문에, 호주에서 기대하고 있는 미국의 전폭적 지원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호주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명한 국가나 단체는 19개국 국회의원 200여명이 작년에 결성한 ‘중국정책 다국적 의회연맹’밖에 없다. 이 단체가 호주를 돕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호주산 와인 구매 운동에 불과했다. 2020년 상반기 호주산 와인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39%인 것을 볼 때, 이 방안은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

호주와 유사하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게 중국의 호주 때리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호주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갈등이 발생했을 때 대결적 자세를 지양하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국가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과 논리로 중국을 끊임없이 설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른 나라가 대체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증가한 것은 반도체 덕분이었다. 셋째, 미국의 지원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이후 미국은 동맹국을 예전처럼 배려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의 복원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어느 동맹국도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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