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바이든의 미국,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무역질서 주도권 찾아올까?

2020-11-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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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대외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무역전쟁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 위기로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를 재건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중국과 타협을 할 것인가?

11월 16일 경제정책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대외경제정책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미국 노동자에게 투자를 하여 경쟁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무역협상을 할 때 노동과 환경 문제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방을 압박하고 독재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주도권을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세계 경제와 무역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또 다른 25%를 보유한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합을 한다면, 중국이 규칙 제정을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세 가지 원칙과 대중 정책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를 계승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민주당의 대선공약에도 정부가 향후 4년간 7000억 달러를 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 구매 및 핵심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포함된 바 있다. 또한 대선공약에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유화론으로 선회할 여지는 많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계속 몰아붙일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의 대중 인식에 잘 반영되어 있다. 퓨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19년 60%에서 2020년 봄 66%, 가을 73%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2018년 3월 발생한 무역전쟁과 올해 초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 위기가 여론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 인식이 당장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 전망은 무역전쟁이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일으킨 목적은 대중 무역적자 축소, 대중 무역의존도 저하, 미국 제조업 부흥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었다. 지난 4년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교역과 투자를 보면, 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가 어렵다.

현재 가장 심한 비판은 대중 무역적자 증가에 집중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상품을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해서 대중 무역적자를 획기적으로 낮추고자 중국을 압박하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2017년 4월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10개 정책으로 구성된 ‘100일 행동계획’에 합의하였다. 이 계획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가 대폭 감소하지 않자,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10~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였다.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대중 수입액과 무역적자가 함께 하락하였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방역과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자급자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된 2020년 3월부터 다시 중국산 상품 수입이 급증하였다. 그 결과 무역적자는 다시 증가하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중국으로 이전된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복귀시켜 제조업을 부흥하려는 계획도 지지부진하다.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0.6%가 탈중국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기업은 3.7%에 불과하며, 14.0%는 미국보다는 중국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니어쇼어링을 선호하였다. 이러한 결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겠다는 미국의 탈동조화(decoupling) 전략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역전쟁 속에서도 중국은 동아시아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미국우선주의가 가진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무역자유화의 정도가 제한적이며 인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RCEP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15개국이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켰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무역질서를 주도할 기회는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 12개국이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한 직후 미국의 TPP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였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 협상을 통해 기존에 체결한 FTA를 재개정하는 데 집중하였다. 2019년 개정 한·미 FTA, 2020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후신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대표적 성과이다. 그러나 양자 FTA를 개정한 성과가 메가 FTA에 배제된 손실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으로부터 주도권을 뺏어 오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하였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미국이 메가 FTA를 방관했기 때문에,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은 미국의 TPP 탈퇴 이후 나머지 11개국이 체결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것이다. CPTPP를 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일본은 미국의 가입을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CPTPP 가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제시한 세 가지 원칙들에 CPTPP가 잘 부합하는가가 검토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이 조약 비준권을 가진 상원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비준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공화당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을 압박하는 데 동맹국과 협조를 강조하였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한·미 경제협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CPTPP에 가입할 때 우리나라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CPTPP가 무역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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