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시간 5분’ 필리버스터 종료…野 존중 없는 巨與

2020-12-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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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필리버스터 등판하기로 됐지만…與 이재정 토론 강행

공수처법‧국정원법‧대북전단금지법 모두 통과…김태년 ‘자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의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김태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9시간 5분에 걸친 국회 본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가 14일 종결됐다. 지난 9일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반대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이날 밤 본회의 종결동의안 표결에서 찬성 187표, 기권 1표로 종료됐다.

180석 압도적 의석 우위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마지막까지 야당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오후 8시 50분쯤 종결동의안이 제출됐기 때문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가능한 시간은 이날 오후 8시 50분까지였다. 국민의힘에선 마지막 주자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나서기로 돼 있었다.
주 원내대표에 앞서 필리버스터에 나선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종결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시간이 다 돼서야 토론을 종결했다. 주 원내대표의 본회의 발언을 사실상 막은 셈이다. 주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친 뒤 약 30분 정도의 발언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필리버스터 다음 주자가 다름 아닌 주호영 원내대표란 사실이 저희의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알려진 뒤에 민주당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 등 연락채널이 완전히 두절됐다”며 “대화의 채널이 전혀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 시간을 확보하려 연락을 했지만,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의미다. 배 원내대변인은 “입법파괴, 법치파괴를 앞장서 행한 민주당이 결국 상대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마저 저버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단상에 오른 주 원내대표는 약 26분간의 발언을 통해 “나라가 정말 위기다. 민주당에 180석을 주신 것은 이렇게 하라고 주신 것은 아닐 것”이라며 “눈송이 하나는 가볍지만, 쌓이면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심은 정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전부 채점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윤석열을 쫓아내기 위한 불법과 위법을 지금이라도 멈추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역사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법치주의를 파괴한 세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뒤이은 표결에서 재석 187석 가운데 찬성 187표로 통과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우리 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자찬했다.

지난 2016년 2~3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는 192시간 27분간 진행됐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38명이 본회의 단상에 올라 반대토론을 진행했다. 당시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반대 발언을 용인했다. 민주당이 했던 것처럼 자당 소속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반대 토론을 막기 위한 반대 토론’을 진행하지 않았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한 건 민주당의 내부적 의사 결정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가정보원이 카카오톡까지 사찰하게 된다”고 주장했던 테러방지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21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에도, 개정 움직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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