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 일변도 주택정책 공급 중심으로 전환해야

2020-12-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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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 공공임대주택단지를 방문해 “2022년 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시대를 열고, 2025년까지 240만 호, 재고율 10%를 달성하여,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OECD 상위권의 주거 안전망을 갖추겠다.”라고 밝히고, “집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고, 주거권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며,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혁신을 이루며,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라고 했다.

이번 일정은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개선을 이뤄 공공임대주택을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의지와 방향을 담은 현장 행보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징관 내정자인 변창흠 LH공사 사장이 함께 참석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도 거치지 않은 후보자를 대통령 현장 행보에 동행시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 집값을 잡기 위하여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 강도 높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앞으로 나올 변창흠 후보자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대통령의 적극적인 힘 싣기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의 주택공급 방안에 기획재정부가 특별히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12월 1일 “2021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2%(수도권 1.5%, 서울 1%), 전세가격은 이보다 배가 높은 4%(수도권 5%, 서울 3%)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이 생활하는 거처로서의 사용가치와 사고파는 자산으로서의 교환가치를 동시에 갖는 특성에 비추어 공공임대주택은 이 둘 중 교환가치를 아예 배제한 개념이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주택을 자산으로 굳게 믿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교환가치가 아예 없는 공공임대주택이 다수국민의 호응을 얼마나 받을지는 의문이 없지 않다.

지난 11월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전체 주택 18,127천 호 중 주택을 1건만 소유한 사람은 12,052천 명으로 84.1% 차지하고 있는데, 2건 이상 소유한 사람은 2,284천 명으로 15.9% 차지하고 있으며, 2건 이상 소유자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는 데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사는(生 ; living) 곳이 아닌 사는(買 ; buying) 것으로 부의 축적이나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고착되었다는 방증이며, 고질적 병폐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택 문제와 관련해 “발상을 전환해야 할 시기”라며 주거난 해결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은 구호나 교육으로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공공임대주택은 국민임대, 영구임대, 그리고 최근 장기전세주택, 행복주택 등 다양하게 공급되어왔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왜곡된 편견에 있다.

철도부지, 유휴지 등 무관심 공간을 활용하여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려 들면 대놓고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하거나 방해하고 저지한다. 가진 자들은 집값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서민주택이 들어서면 곤란하다고 우기고 억지를 부르는 것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고가아파트에선 주변 빌라에 사는 사람을 빌거(빌라 거지), 임대아파트 사는 사람을 임거(임대아파트 거지) 또는 휴거(휴먼시아 거지)라고 부르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빌거나 임거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자식들을 단속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고도 한다. 심지어 반을 따로 편성해달라고 유치원에 민원까지 넣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계층 간 위화감을 자극하며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내게 하는 반사회적 언동으로 서민들의 생가슴에 꼬챙이를 들이대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혁신’ 의지를 밝히고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라면서 “내년부터 공공임대주택 입주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중형임대주택 6만3000호를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공공임대주택은 일반분양 가구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만 해서 억지로 끼워 넣는 ‘소셜믹스(social mix)’로 부분적으로 모양만 갖추다 보니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 자체가 소득분위 차이로 인해 불편해지고 분양받은 사람과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 간에 위화감만 커지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중산층까지 살고 싶어 하는 질적 혁신의 새로운 틀로 바꿔가려는 정부의 시도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면한 주택가격 안정화와 전세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처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선 주택정책을 규제 일변도에서 공급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하고, 다음으로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의 재정비사업을 촉진 시켜야 하며, 더불어 재정비사업 수익성을 올리면서 가구 수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건축 용적률을 대폭 높이고, 아파트 층수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지나 뉴타운 해제 지역을 공공 재개발 지역에 포함 시켜 택지로 되살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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