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반발 속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 출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야당 비토권 무력화가 핵심인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287명 중 187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99명, 기권은 1명이었다.
국민의힘이 지난 9일 공수처법 개정안에 3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으나, 21대 국회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이날 임시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 이에 다음 회기에 바로 표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가 가동되면 이달 내 공수처장 임명, 내달 초 공수처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정안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 위원 7명 가운데 '6명 이상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뀌어,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5명 찬성만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추천위의 경우, 10일 이내에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공수처 검사 자격도 변호사 자격 보유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 이상 가진 사람으로 낮추고, 실무 경력에 대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완화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수처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민 사회의 요구로 공수처가 공론화된 지 24년 만”이라며 "입법이 이뤄진 만큼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대 처장 김진욱·전현정 유력...이건리 최종 후보 포함 가능성
현재 공수처를 이끌 첫 수장 후보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3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2명, 국민의힘 추천 2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천 1명,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추천 1명 총 9명이다.
강력한 후보는 기존 추천위 회의에서 가장 많은 5표의 찬성표를 받았던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54·사법연수원 21기)과 전현정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54·사법연수원 22기)다.
새로 소집되는 회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이들 두 명은 최종 후보로 오를 수 있다. 다만, 전현정 변호사의 경우 남편이 김재형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공수처 사건이 대법원으로 갈 경우 기피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4표를 받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57·사법연수원 16기)도 김진욱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와 결선의 형태로 다시 최종 후보 선상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이광범 변호사 같은 여권에 좀 더 가까운 인사를 후보로 새롭게 추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당이 변협과 법원행정처의 표를 의식해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후보 추천위 내부에선 더 이상의 후보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후보 선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더 이상 희망하는 인사들도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