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인터넷TV(IPTV)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당장은 보완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이사는 IPTV와 OTT의 관계에 대해 "당분간 같이 공존할 것"이라며 "모바일 에브리웨어(everywhere)와 홈 미디어가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관계 설정 논의에 앞서 가격, 공공성, 공익성, 결합상품 등 여러 차원에서 상호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OTT 이용률의 증가는 IPTV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IPTV 사업자가 OTT와 제휴하면서 셋톱박스를 통해 OTT 시청이 용이한 환경을 마련한 덕분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018년 10월 넷플릭스와 IPTV 독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KT는 올해 8월 넷플릭스와 서비스를 연동했다. OTT 이용자 중 IPTV 가입자 비중은 59.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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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애드 마튼 영국 옴디아(OMDIA) 선임 애널리스트는 "방송사 간 연합체는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HBO 맥스(Max) 등과 보완적인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제작·투자를 통해 이미 많은 콘텐츠를 보유한 OTT를 좌시할 수 없다는 의미인 동시에, OTT가 더 많은 고객과의 접점을 필요로 한다는 판단에서다.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IPTV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 내에서 IPTV가 케이블TV의 점유율을 줄였듯 그 관계는 상대적이며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20~30대를 중심으로 OTT 가입이 증가하면서 유료방송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는 '코드 네버'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코드 셰어링과 코드 커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코드 네버는 OTT의 성장세와 독점력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IPTV 사업자 간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준용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사업자들끼리 희생을 감수하며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고 큰 목표를 향해 합의하고 나아가는 건 동화책에 나오는 얘기"라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구조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IPTV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매체 문해력(리터러시)을 높이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용석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IPTV 사업자에 대한 가치 평가,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특징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IPTV 이용자의 미디어 이용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매체 문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