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마트, 택시, 교회까지...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하는 사회

2020-11-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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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불매운동 확산, 사과문 진정성 논란까지

해외의 경우 개의 출입을 거부하는 시설조차도 안내견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를 적용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행법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탁한 안내견의 대중교통 및 공공장소, 숙박시설 등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면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지정된 전문 훈련 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진 속 장애인 보조견 훈련견은 훈련중임을 보여주는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마트 측에서 출입을 거부해선 안되는 상황이었다. 언성이 높아지자 겁을 먹은 안내견의 모습은 수년 전부터 계속된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한 시도 속에서도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는 이 시대의 한 단면을 대변한다. 장애인복지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안내견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은 물론 안내견을 육성하는 자원봉사자들까지 입장을 거절당하는 일은 지금까지 기사화된 것만으로도 결코 적지 않다.
 
"혹시 성경에 교회에 개가 들어가면 안된다고 적혀있나요?"
지난 2016년 오마이뉴스는 교회 출입을 거부당한 1급 시각장애인의 사연을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일본에 거주 중인 재일 동포로, 맹인 안내견과 함께 교회에 출입했다가 담임 목사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그는 일본 내 온천, 호텔, 식당 등 어디에서도 안내견의 입장을 가로막지 않았는데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서 이와 같은 일을 겪어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 차를 탈 것이지 왜 내 차(택시)를 불러서 이러고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택시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안내견과 함께 국회에 출입하는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6월 페이스북을 통해 한 지인이 택시 기사로부터 승차 거부를 당한 사례를 풀어 놓았다. 김 의원의 지인 A씨는 행선지에 가기 위해 교통약자콜을 접수했으나 잡히지 않아 콜택시 서비스를 불렀지만, 도착한 택시 기사는 "장애인 차를 타지 왜 내 차를 불렀냐"며 A씨가 안내견과 탑승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안내견의 택시 승차 거부, 식당 출입 거부 등은 마치 ‘눈 뜨고는 들어오지 못하고 타지 못한다! 눈을 가리고 들어와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국민 모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법령에 기반하여 정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공무원분들은 알고 계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들어오시면 안돼요! 음식에 개털 묻어요!"
지난 5월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식당이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거부해 과태료 1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4월 28일 안내견과 함께 의정부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입장시에는 아무 제지가 없었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 식당 매니저가 와서 ‘개털이 날린다’,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A씨를 쫓아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회, 입으로만 떠들던 장애인 인권...16년만에 안내견 출입 허용
국회는 그동안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 안내견 출입을 제한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당선된 최초의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정화원 (전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안내견과 함께 본회의장에 입장하려 했지만 다른 국회의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출입했다.
 

김예지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가 당선됐을 때도 안내견인 '조이'의 국회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 앞에는 국회 내부에서부터 부정적인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조이'의 출입이 공식 허용됐지만, 장애인의 인권에 누구보다 깨어있어야 할 국회조차도 이 간단하고도 당연한 처우를 승인하는 것에 무려 16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안내견 스쿨 운영하는 삼성, 반려동물과 쇼핑하는 신세계 스타필드....롯데마트는 왜?
29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훈련 중인 장애인 안내견의 입장을 막는 과정에서 언성을 높였다는 목격담이 SNS 상에 퍼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게시물 작성자의 말에 따르면 이날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은 퍼피워커(puppy worker)는 '장애인이 아닌데 왜 맹인 안내견을 데리고 입장했느냐'는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 중인 안내견은 이 상황에서 오가는 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물며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조차도 그러했을 것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상술했다시피, 장애인복지법의 안내견 관련 조항은 보조견 훈련자 및 훈련 자원봉사자에게도 장애인과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 현재 누리꾼들은 "몰상식한 사람", "안내견과 애완견을 구분 못하다니", "이참에 공론화해서 인식을 제대로 바꿔야 한다" 등의 격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일찍부터 삼성은 안내견 학교 사업을 통해 반려동물 1500만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한화가 만든 여의도 IFC 몰, 신세계 스타필드 등은 아예 반려동물과 동반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으며 위탁, 미용, 동물 의료 등 각종 펫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홈페이지]


롯데마트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람에게 상처를 줬고, 직원 교육에 부족함을 드러냈다. 서둘러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발전적인 수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을 위한 '가장 좋은 답'을 다시 찾아야 할 순서라는 뜻이다. 
 

[사진=롯데마트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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