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지난해의 2배 가까이 부과되자 다주택자와 은퇴자를 중심으로 매도 고민에 빠졌다. 정부 역시 세 부담을 못 이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던져 시장이 안정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는 것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유세 부담보다 집값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것을 올 한 해 여실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셈법 복잡한 다주택자, 일단 버티기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이 실시한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5㎡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를 소유한 2주택자의 종부세 부과액은 올해 1857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2.7배 오른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포함한 보유세는 올해 총 2967만원에서 내년에는 6811만원으로 뛴다.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는 "보유세가 만만치 않은 금액인 만큼 자산이 부족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매물을 일부 내놓을 수 있다"면서도 "소득만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우선은 버티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급매 대안으로 생각해낸 증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74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1473건에서 7월 3362건, 8월 2768건, 9월 2843건으로 오름세를 지속한 바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일각에서 보유세를 우려한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양도세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양도세라는 당장의 큰 손실과, 장기적이지만 양도세에 비하면 적은 보유세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자를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추후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더욱 매물로 내놓기 힘들다"면서 "이미 오른 시세가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본전 심리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급매 나오더라도 시장이 받으면 그만
최근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 정보를 살펴보면 신고가 거래도 여전히 눈에 띄지만, 전고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린 거래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강남구에서는 역삼동 'e편한세상' 84.99㎡가 지난달 7일 24억9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15일 24억3000만원에 매매되며 한 달 사이에 집값이 6000만원 내렸다.
서초구에서는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83.6㎡가 지난 8월 24억원(20층)에 신고가 매매 후 지난달 21일 23억5000만원(17층)에 계약서를 쓰며 5000만원 내린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22억3500만원(6층)에 팔려 1억1500만원 더 내려갔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면서도 "급매가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고, 집주인이 호가를 크게 낮추는 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급매가 나오더라도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을 모두 흡수하면 아파트 가격은 유지된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일부는 매물로 나오겠지만 시장수요가 이를 받아준다면 가격이 하락할 이유가 없다"며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쏠린 현재의 군중심리에서는 무주택자의 실거주용 또는 유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당장의 실입주가 불가능한 주택이라도 종전의 급매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역시 "올해 6~7월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들이 시장에 나왔는데 이를 30~40대가 모두 흡수한 바 있다"며 "내년 전·월세 시장, 청약 경쟁률 등을 보더라도 무주택자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와도 모두 소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