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4일 0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는 가운데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반등의 조짐을 보였던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1, 2차 유행 때의 학습효과로 충격의 여파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연말연시 소비 특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다.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감소하면, 청년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위기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3차 유행은 8월 2차 유행 이후 간신히 되살아난 경기에 찬물을 붓는 격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 이미 내수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부진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대비 민간소비는 1분기 -4.8%, 2분기 -4.0%, 3분기 -4.5%로 역성장했다. 서비스업생산도 1차와 2차 유행했던 2월(-3.5%), 3월(-4.4%), 8월(-1.0%)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총소비는 -1.8%, 민간소비는 -4.3%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1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민간소비 지표가 예상보다 더 크게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하면서 산발적인 코로나19 재확산도 일부 반영했고 올해가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연간 경제지표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도 전망 역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연간 지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약 20년 만에 최악의 내수 부진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는 전월 대비 경기가 조금씩 반등하는 상황에 내심 기대를 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9% 상승했으며, 정부는 중단됐던 소비쿠폰을 다시 배포하며 4분기 본격적인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공연, 전시, 영화, 체육, 숙박, 여행 부문 문화·여가 소비할인권 6종의 발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규 발급은 즉각 중단하며, 예매하지 않은 할인권은 예매를 중지하고 예매한 할인권도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소비쿠폰 발행을 중단하면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내수 활성화 카드는 사실상 남지 않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3차 유행이 전개되는 시기에는 2월 1차 유행과 8월 2차 유행 때처럼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비에 대한 대비가 1, 2차 때보다는 촘촘해졌다는 시각이다.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더라도 대면 서비스업의 타격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은 노동시장 위축과 저물가로 이어져 경제 기반을 취약하게 만든다.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는 고용시장의 후폭풍은 다시 한번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정부는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10월에는 취업자 수 감소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10월 취업자 수는 -42만1000명으로 오히려 감소폭을 키웠을 뿐이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3차 유행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내년을 준비하는 데 있어 관건이 될 것"이라며 "경제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