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지 2단[사진=한국기원 제공]
김은지(13) 2단은 '천재 바둑소녀'라 불렸다. 6살 때부터 어린이 대회를 휩쓸었고, 현역 프로기사 중 최연소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올해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1월 제53회 여자 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했고, 10월 2단으로 승급됐다. 약 9개월 만의 쾌거.
그러나, 몰락의 씨앗이 싹텄다. 지난 9월 ORO 국수전 24강전에서다. 김 2단은 온라인으로 펼쳐진 대국에서 이영구(33) 9단을 상대로 완승을 했다. 이 9단은 한국 바둑랭킹 7위이자, 국가대표팀 코치다.
지난 3일과 17일 1·2차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렸다. 결과는 20일 징계위원회를 통해 발표됐다. 한국기원은 "소속기사 내규와 전문기사 윤리 규정을 위반한 김은지 2단에게 자격정지 1년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2단은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1년간 대회 출전이 금지된다.
이날 징계위원회에는 미성년자인 김 2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신 그의 어머니가 자리했다. 김 2단의 어머니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으며 아이 키우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주변을 살펴보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일로 당사자인 김 2단과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과문이 한국기원에 제출됐다. 김 2단은 사과문을 통해 "본인의 잘못된 선택을 반성하고 있다. 이 9단에게 사과한다"고 했고, 목 감독은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으로 바르게 훈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 심려 끼쳐 드린 바둑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한국기원 전경[사진=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은 향후 이러한 일을 방지하고자 'AI 프로그램 사용금지 등'에 관한 소속기사 내규를 신설했다. 위반 시 자격정지 3년 또는 제명의 징계가 내려진다. 김 2단의 경우 미성년자인 점과 본인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으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이번엔 '자격정지 1년'을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쪽과 과하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한 누리꾼은 "아마추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쓰면 영구제명에 1년 징역이다. 프로가 1년밖에 안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고, 한 기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2단이 1년 징계를 받았는데 국제전을 두고 있다.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대국에서는 대회 정지가 맞지만, 대회장에서 하는 대회까지 못 두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