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논란에 휩싸인 혜민 스님을 두고 여론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소박함을 강조해온 혜민 스님의 언행 불일치를 비난하는 여론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교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그를 응원하는 여론이 충돌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혜민 스님은 16일 자신의 모든 SNS 계정을 통해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 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다"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푸른 눈의 수행자'로 유명한 현각 스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석(속)지마, 연예인일 뿐이다. 일체 석가모니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일 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이라고 혜민 스님을 맹비난해 논란이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무늬만 스님 위선자", "말로만 무소유 실제는 풀빌라 소유, 스님의 탈을 쓴 강남 부르주아", "방송에 계속 출연하면서 스타 행세할 때부터 스님인지 의심스러웠다", "언행이랑 괴리감이 상당한데 굉장히 실망스럽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망에서 생기고 죄는 참지 못함에서 생기느니라' 혜민 스님이 전파한 말씀들이다. 사람들은 그의 재산 규모가 아닌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실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유독 불교만 무소유를 강조해야 하나 성당 교회에 계신 분들은 재산 엄청나다", "혜민 스님으로 인해 불교와 가까워진 사람 제법 많다", "혜민 스님이 좋은 말 안 전했으면 난 몰랐을 듯", "혜민 스님께서 열심히 활동하신 덕분에 많은 불자들이 작지만 소중한 평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등의 옹호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혜민 스님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지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한 게 아니고요, 건물이든 집이든 차든 가지고 있으면 스님 못하나요?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불교도 스님도 세상과 소통하려면 비슷한 생활을 해봐야 소통도 하지요"라고 부동산 소유 논란이 비화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시끄러운 여론과는 별개로 혜민 스님을 저격했던 현각 스님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님 혜민 스님과 대화를 나눴다. 내가 조계종에 속하든 그렇지 않든, 혜민 스님은 내 영원한 진리의 형제일 것이고 그의 순수한 마음을 존중한다"고 화해를 시사했다.
혜민 스님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를 지냈다.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TV방송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현각 스님은 1990년대 출가한 외국인 스님으로 현정사 주지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내며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16년 7월 한국 불교문화를 정면 비판하고 한국을 떠났다. 현재는 유럽지역에서 선 수행 관련 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