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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에서 어느 일방당사자가 증거채택에 반대할 경우, 증인신문 등 제출된 자료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증거가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0시 업무상과실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고문 등에 대한 4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지난 기일 가습기살균제 독성을 입증할 논문 저자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호흡기질환제품 유효성평가연구단장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인들은 이 단장이 지난 기일 해당 논문을 서울아산병원 장모 교수가 폐조직 슬라이드를 확인받고 전문가 회의를 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단장은 "장 교수는 '물질 노출로 흡입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변화가 보였다'며 '사람에게도 노출된 상황이라면 폐섬유화가 그대로 잘 보일 수 있는 것'이라는 소견을 냈다"고 말했다.
일부 피고인 측은 해당 발언 내용이 사실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장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독성을 입증할 논문 정당성을 확인했다는 장 교수 '발언'은 이 단장의 진술 뿐이기 때문에 장 교수를 직접 불러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관련 논문도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의가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다음 기일까지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증거채택을 위한 검증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추려내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한편 이날 피고인 측은 해당 논문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에 결과가 사람에게 재현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특정 지표만을 갖고 사람에게 재현되는지 여부를 알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단장은 "사람은 기관지 확장 등 천식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게 동물에게 나타나는지는 완전히 확인하기 어렵다"며 "100% 재현된다고 하면 그게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래서) 그러한 반응을 보기 위해 메타콜린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판단했으며, 동물에게도 진행해 (사람과) 같은 반응을 보고 결과를 낸 것"이라고 답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관련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서 발생한 증상과 가습기살균제를 쥐에게 투입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동일하다면, 가습기살균제가 사람에게 유해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아울러 기존 피해자들의 증상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쓸수는 없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 집단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검찰은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옥시 등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CMIT·MIT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아 이를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애경산업·SK케미칼 등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CMIT·MIT의 유해성 역학조사 자료를 쌓아 2018년 재수사를 개시해 8개월간 수사 끝에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34명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