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산업 직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동향 사찰"...사참위, 검찰에 수사요청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직원들이 피해자 동향을 은밀히 사찰해 온 정황들이 포착됐다. 피해자를 가장하고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카페 등에 잠입해 활동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포착됐다. 사참위는 13일 이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사참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소속 직원들이 피해자를 사칭해 동향을 파악해왔다"며 "이는 '위계'로 온라인 모임 운영자와 피해자들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밝힌 뒤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냈다.

사참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이슈대응·피해자소통 담당 직원들은 2019년 5월께 피해자들이 모인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 온라인 사이트 실명제 전환 과정에서 피해자라고 속여 지속적으로 게시글을 열람했다. 2018년쯤부터 제3자 명의를 사용해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서 활동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SK케미칼 직원이 잠입한 온라인 모임은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 밴드 △가습기살균제 4차 접수 판정 정보공유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포럼 등 4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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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가 확인한 결과 4개 모임에서 활동한 SK케미칼 직원들은 피해자 가족이라고 주장했으나, 해당 직원과 가족 구성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를 한 사실이 없었다.

사참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회사 자체에서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애경산업은 소속 직원이 2019년 초쯤 피해자 온라인 모임에 가입한 뒤 참여자 정보를 수집해 회사에 주간보고하거나 임직원 SNS 단체방에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유정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은 "가해기업들이 참사 책임은 회피한 채 피해자를 사칭·사찰한 행위는 2차·3차 가해"라며 "이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직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온라인 모임을 사찰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의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