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장기호황의 기틀을 마련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시대가 소환된다. 미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경제정책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2기 재임 시기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46대 대통령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올랐다. 바이든 후보는 핵심 경합주에서 끈질긴 박빙 승부를 펼치며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 전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뒤를 잇고, 경제 전략은 빌 클린턴 2기를 따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맡아 임기를 함께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이란 핵 협상과 시리아 평화회담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포스트 9·11 시대’의 확실한 종결을 보여줬다.
36년의 상원의원 기간에 외교위원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8년간 부통령을 맡은 바이든 후보는 미국 외교·안보와 국제전략 분야에서 누구보다 경험이 많고 일가견이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눈여겨볼 전략이 바로 경제 분야다. 바이든 후보의 선거 공약을 보면,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의 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제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1993~2000년 재임)의 경제 정책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턴 2기 시절의 경제정책에 올인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클린턴 1기 시절 평균 경제성장률은 3.3%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2기 때에는 4.55%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교·안보·국방 분야에서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경제 성장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등 '골디락스(goldilocks·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의 경제호황)'를 이루는 데 힘을 쏟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통화정책으로는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일자리에서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 이상으로 인상하고 실업급여 확대 및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힘쓸 예정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월스트리트의 투기 억제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린 뉴딜 개념의 인프라 부문에서는 전기차 충전소를 50만개까지 확충한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꼽히는 노동자 가구를 위한 일자리 정책이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다. 당시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필두로 경제 성장에 힘을 쏟은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 역시 초점은 경제에 맞춰진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 제조업보다는 신산업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산업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IT 신산업 등에 주력하는 국내 산업의 체질개선에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글로벌 환경 규제 준수를 강조하고 있어 산업 전반의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이 미흡한 우리나라로서는 환경규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 문제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양국과 우리나라 간 관계 설정 역시 보다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법 규범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신기술 모멘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에겐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이 상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