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NK금융·부산은행, '주가조종' 판결 불복…이례적 항소 "눈길"

2020-11-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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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세환 前회장, 자본시장법 위반 동일 혐의 실형

항소제기 기한 하루 남겨두고 1심 불복으로 전환

성 회장 판례 리스크…벌금 줄여 이미지 쇄신 시도

부산시 남구 소재 BNK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BNK금융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BNK금융지주가 거래처를 종용해 주가 시세를 조종했다는 법원 판결에 불복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항소를 결정했다.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이 같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곧 판례가 됐음에도 BNK금융은 1심 선고에 '불복 노선'을 타기로 했다.

6일 취재 결과 BNK금융은 지주사와 함께 주요 계열사인 BNK부산은행, BNK투자증권 등 3개사가 각각 항소장을 제출하기로 내부 논의를 마쳤다. BNK금융 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근 부산지법 제6형사부(부장판사 최진곤)에서 열린 1심에서 BNK금융과 부산은행이 각각 1억원, BNK증권은 5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업계는 1심 선고 이후 항소 제기 기한이 임박하면서 BNK금융이 항소에 나서질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BNK금융은 항소 기한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 부산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법상 항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7일'로, 지난달 30일 1심 선고 이후 BNK금융은 항소 여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BNK금융 등은 주가가 하락하던 2016년 1월 7일 당시, 이틀에 걸쳐 부산은행의 거래처 14곳의 자금을 동원해 자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도록 종용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거래처는 총 17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BNK금융 주식 189만주를 사들였다. 이 결과 주당 8000원이던 주가는 다음날 8330원으로 올랐다.

법원은 BNK금융 등 기관(은행·증권사)과 박모 전 BNK금융 전략재무본부장에게 벌금 500만원, 김모 전 재무기획부장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은 주식시장 참여자로 하여금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는 것으로 경제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한 범죄행위"라며 "(박 본부장 등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해도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박 전 본부장 등은 범행에 가담한 기간이 짧고 반성하는 태도와 함께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BNK금융이 항소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직전 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성 전 회장이 동일한 주가조종 범행의 책임자로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으로, 1심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다만 성 전 회장은 주가조종 외에 부산시(市) 공무원의 아들을 부산은행에 입행시킨 채용비리 혐의까지 통합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벌금 7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BNK금융이 단일 혐의인 주가조정 범행만 놓고 재판부의 감형에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BNK금융이 항소를 제기해도 직전 회장이 받은 선고가 이미 판례가 된 이상, 항소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유무죄를 가리자는 차원이 아니라, 유죄를 받아들이되 벌금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여 회사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NK금융측은 그러나 항소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항소를 결정한 근거는 법정에서 밝힐 예정이며 내부사정에 따라 지금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범행이 이뤄진 2016년 당시는) 증자에 따른 공매도가 많이 들어오던 시점이라 편법이 동원된 것 같은데, 과오는 깨끗이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고, 현 김지완 회장 역시 준법경영을 강조하는 조직문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BNK금융 등의 항소장이 부산지법에 제출되면 사건정리를 마치는대로 부산고등법원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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