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담배기업들이 전자담배는 일반 연초보다 유해성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양 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오늘 저희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연초 담배를 흡연한 사람, 궐련형 전자담배를 흡연한 사람, 액상형 전자담배를 흡연한 사람으로 그룹을 세분화햇습니다. 연초 담배를 흡연한 사람에 비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 그룹이 잠재적 위해 물질이 저감되고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도 저감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그룹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 그룹에 비해서 잠재적 위해물질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그래서 전자담배의 신뢰도가 제고되고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임스 머피 박사·BAT 위해저감 제품연구 총괄)
5일 BAT코리아는 창립 30주년 및 글로 과학연구 간담회에서 영국 현지의 제임스 머피 박사를 화상으로 연결해 자사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습니다.
사실 담배업계가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에 비해 덜 해롭다고 주장해 온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간 글로벌 담배회사들은 줄곧 전자담배 유해성 저감은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PMI·BAT·JTI 글로벌 3사 "일반담배와 비교해 유해성 줄어든 것은 명백한 사실"
지난해 10월에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BAT, 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널(JTI) 글로벌 담배 3사 과학 책임자들이 일본에 모여 “전자담배가 불에 태워 연소시키는 일반담배와 비교해 유해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쥴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로 불거진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요? 이들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미국 정부가 불법 액상 전자담배 카트리지와 해당 약물 유통을 방조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에 비해 덜 유해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담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물질)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까지 이름을 올리며 식약처의 발표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국내에서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 KT&G, BAT, JTI . [사진= 각 사]
당시 식약처가 분석에 나섰던 제품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앰버)’, BAT의 ‘글로(브라이트 토바코)’, KT&G의 ‘릴(체인지) 3종이었습니다.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
식약처가 내놓은 분석 의의는 전자담배 업체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당시 식약처는“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니코틴 자체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 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식약처의 분석에도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덜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담배규제 정책의 완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전 분석으로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기존과 똑같은 규제는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배윤석 BAT 북아시아 법무대외협력 부사장은 “BAT는 WHO의 권고 사항만이 아니라 각국 보건 당국의 정책에 따라 성실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중장기적인 차별적이고 합리적인 규제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PMI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식약처 등을 한국 정부가 과학에 기반한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과학적 증거를 검토한 결과 아이코스를 유해물질 노출감소 주장이 가능한 ‘위해저감 담배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MRTP)’으로 인가했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이어 지난달에는 PMI 차원에서 ‘과학 우선주의에 대한 지지’라는 백서를 통해 “규제기관이 과학에 기반을 둔 정책 결정과 정보 제공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담배 규제 정책을 펴는 복지부, 식약처 등 유관부처가 과학적 증거를 수용하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식약처는)과학적 근거를 최우선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식약처, 복지부 등도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통해 정책을 펼치는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전자담배가 등장한 이후에도 정부와 글로벌 담배회사의 분석 결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주장도 역시 평행선입니다.
이들이 극적으로 의견 합의를 볼 여지는 요원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를 한 담배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정리합니다. 이 관계자는 “유해성이 적고 나쁨을 떠나 담배는 담배라고 보는 복지부의 입장과 유해성의 적고 나쁨에 따라 차별적인 규제를 해달라는 업계의 주장은 결코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