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외환 파생 상품인 키코의 완전한 보상안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다음주부터 은행협의체 소속 은행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의 임원들을 차례로 만나 설득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배상안을 따르지 않자 권고를 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비난이 일자 강제화 방안을 철회했다.
◆난데없이 꺼낸 키코 재조사··· 사모펀드 사태 골든타임 놓쳐
윤 원장은 재작년 5월 취임 후 난데없이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은행들의 피해 보상이 끝난 키코 사태 재조사를 지시했다. 은행들은 키코 배상을 거부하고 나섰다. 손해배상은 민법상 소멸시효 10년이 지나 ‘배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협의체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윤 원장이 본인의 소신인 '소비자 보호'를 고집해 10년 전 사건에 얽매이면서 검사 여력을 소진한 게 아니냐는 비난도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이 키코 재조사에 집중하는 사이, 라임·DLF (파생결합펀드)·디스커버리 사건 등이 터졌다. 결국 기강도 못 세우고 사모펀드 사태의 골든타임도 놓친 셈이다.
윤 원장은 한때 '비정상 경제회담'이라는 책을 함께 쓸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이동걸 산은 회장과도 키코 사태에선 등을 돌렸다. 금감원은 지난해 산은에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 28억원을 물어주라고 권고했고, 산은은 권고를 거부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산은은 불완전 판매를 한 혐의가 없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배상을 거부하겠다는)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책임론 불거졌는데 '금감원 독립' 선언?··· 공공기관 재지정 불 댕겨
또한 윤 원장의 숙원 사업인 '금감원 독립'도 미수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독립 선언은 오히려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로 번지는 모양새다. 금감원에 대한 사모펀드 사태 감독 부실 문제가 제기된 데다, 전·현직 직원이 룸살롱 접대 사태에까지 연루돼 책임론이 불거지면서다.
내년 1월 말 열리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이 논의된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관계 부처 의견 청취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년 이행실적을 제출하기로 하면서 공공기관 재지정을 피해갔던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기재부는 2007년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가 2009년에 금융 감독 기관의 독립성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이후 지속된 방만경영 문제로 2018년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가 가시화됐지만,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도 공공기관 재지정을 반대했다. 공공기관 재지정이 논의될 때마다 금감원 편에 섰던 금융위는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위 책임론이 제기되자 난감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윤 원장이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악재가 쏟아진 윤 원장은 지난 6월 교체설이 불거졌음에도 남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며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해결과 흉흉해진 조직 안정화를 위해 산적한 과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질론은 잠잠해졌지만 정부여당 인사가 사모펀드 사태에 개입된 만큼 향후 파장을 고려해 윤 원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