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깜깜이 사모펀드 대체품으로 '우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모펀드 사태로 갈 곳 없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로 몰리고 있다. 자산가들의 주요 투자처였던 사모펀드가 잇단 환매 중단 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랩어카운트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미국, 중국 등 해외주식은 물론 리츠,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늘면서 잔고도 많이 증가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8월 말 기준 123조7000억원 수준으로 2009년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금액이다. 이는 연초(119조1000억원) 대비 4조6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충격의 본격화로 4월 말 112조1172억원까지 쪼그라들었지만 빠르게 회복하며 급증했다.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지난 4월 말과 비교하면 11조5000억원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 수는 173만6495명으로 올해 들어 2만9679명 늘었다. 지난해에만 3만959명 증가한 것에 비하면 이미 올해 고객 수는 작년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건수는 3만3519건으로 지난해 계약건보다 2000건가량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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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고객이 맡긴 돈을 대신 굴려주는 종합자산관리 상품으로, 다수 투자자의 돈을 한데 모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1대1로 관리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다만 최소가입 기준이 존재한다. 기존 억단위였던 최소 가입금액은 최근 1000만~3000만원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랩어카운트가 사모펀드 사태의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랩어카운트 잔고는 2015년 사모펀드 가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커지자 랩어카운트에 다시 투자금이 몰린다는 것이다. 실제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서 환매 연기 등 문제가 생기자, 사모펀드에서 자금은 급속도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9조3413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잔액이 20조원을 밑돈 것은 2018년 4월 말(19조3086억원) 이후 28개월 만이다. 지난해 6월 말 최고치인 27조258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 23조9219억원, 올해 2월 22조7014억원, 지난 7월 말 19조7116억원 등 빠른 속도로 줄었다.

거기다 증권업계의 다양한 상품 출시가 잔고 증가에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랩을 출시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국내 상장 리츠, 부동산 공모펀드 등 인컴형 자산에 투자해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밸런스 리츠펀드랩'을 출시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사무실, 상업시설, 임대주택 등 부동산 섹터별 성장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밸런싱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외주식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주식, 채권형 랩도 출시가 급증했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은 IT, 플랫폼, 헬스케어, 테크핀, 모빌리티, 클라우드, 게임 등 8개 섹터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 3개 대표종목을 뽑아 투자하는 ‘글로벌 1% 랩’을 내놓았다.

한국투자증권도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Z세대 플렉스랩’을 선보였고. 한화투자증권도 최근 중국주식에 집중하는 '한화 China 5Go 랩', '한화 미국 ETF로 중국 투자하자 랩' 등을 출시했다.

채권에 투자하는 랩 상품도 있다. 키움증권은 미국에 상장된 ETF를 활용해 외화채권에 투자하는 ‘위너스 글로벌 채권 ETF 랩’을 출시했다.